알맹이 없는 면세 제도 개선…욕심 부리는 면세업계(종합)

성세희 기자I 2018.05.23 16:04:48

대기업 면세업자, 특허 기간 5년에서 최대 10년으로
면세업계 "결격 사유 없다면 영속성 보장하라"
제도개선 TF "면세 특허, 10년 이상 용납 안돼"
특허 수수료 현행 유지…면세업계 반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유창조(우) 면세점 제도 개선 TF 위원장과 정재호(좌) 조세재정연구원 박사가 면세점 제도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성세희 이성웅 기자]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불거진 면세점 특혜 논란에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정부가 사실상 알맹이 없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현행 제도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점에서 업계나 소비자 누구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는 면세업계도 이번 발표에 현행 제도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사업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사실상 특혜를 놓지 않겠다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면세점 제도개선 권고안을 ‘수정 특허제’로 선정해 기획재정부에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TF는 현행 제도인 특허제를 보완하고 일부 수정해 운영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제도는 특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신규 면세 사업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현행 면세 제도에서 달라진 점은 특허 기간 갱신 횟수 정도로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 TF가 현행 제도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창조 면세점 제도개선 TF위원장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현행 제도를 수정하려고 지난 반년 이상을 썼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다”라면서도 “기존에 검토하지 않았던 등록제와 경매제 등을 검토해서 추후 필요할 때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 대기업 최장 10년 ‘수정 특허제’ 채택…“10년도 짧다”vs“그 이상은 특혜”

면세업계가 가장 관심을 보인 개선안의 내용은 특허 유지 기간이었다. 면세점 특허 기간은 기존 5년으로 유지하되 대기업에도 1회 갱신을 허용하도록 했다. 현재 면세 사업자도 소급해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중소·중견 사업자는 특허 갱신이 두 차례 허용된다. 대기업은 기존 5년에서 최대 10년, 중소·중견 사업자는 최대 15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면세업계는 한두 차례 특허 기간을 갱신하는 건 사실상 지금과 다를 바 없다는 분위기다. A면세업체 관계자는 “(면세 제도가) 조금씩 개선된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라면서도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면세업 특성을 고려한다면 위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특허 갱신을 허용해 사업 영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B면세업체 관계자도 “5년 주기에서 10~15년 주기로 특허를 갱신한다고 해도 지금과 다를 바 없다”라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면세 특허를) 자동 연장해주는 편이 신규 고용이나 투자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같은 업계 목소리에 일침을 가했다. 유 위원장은 “국가가 부여하는 특허 사업을 (특정 사업자에) 15년이나 20년 이상 주면 일반 국민 정서상 용납하기 어려울 거 같다”라며 “만약에 (특허 유지 기간을) 늘리면 면세 사업자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능력 있는 사업자라면 10년 후 재입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며 “갱신기간을 포함해 10년 정도가 (사업자를) 재평가하기 적절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 특허 수수료 논의는 추후로

또 면세업계가 과도하다고 여겼던 특허수수료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변경된 특허수수료 산정 방식이 면세업계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면세점 사업자는 세금을 부과받지 않는 특허보세구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기 때문에 정부에 특허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부터 관세법을 개정하면서 특허 수수료율을 매출 구간별로 최대 20배 올렸다.

정부는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제도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권고안은 현재 특허수수료 수준이 높다는 의견과 반대의 의견도 존재하고 적정 특허수수료를 알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했다. 추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면세점제도운영위원회에서 특허수수료 수준을 논의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유 위원장은 “(특허 수수료 산정 제도를) 유지한다기보다는 판단을 보류한다”라며 “주어진 기간 동안 제도의 합리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고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제도라 자주 바꾸기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이번 결정에 내심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C면세업체 관계자는 “이번 기회로 면세 제도가 한 발 더 개선됐다고 본다”라면서도 “특허수수료 논의를 보류한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D면세업체 관계자도 “기존 정책에서 수수료율 등이 이전과 같아서 못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TF는 면세점제도운영위원회(가칭)를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운영위는 정부에 신규 특허 발급 수와 특허 수수료 조정안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는다. 외래 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30만명 이상 늘고, 시내면세점의 3년 평균 매출액이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는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신규 면세 특허를 발급할 수 있다.

TF는 기존대로 특허심사위원회가 신규 특허 수를 늘릴 권한을 갖게 되면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운영위는 추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부에 권고안을 제안할 수 있다. 기재부는 TF 권고안을 토대로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면세점 제도개선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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