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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전이나 썩은 과일 등을 공관병의 얼굴에 집어던지는가 하면 추운 겨울에 공관병을 발코니에 갇히게 하는 등 가혹행위마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팔찌를 채우거나 종교에 상관없이 교회 예배에 강제로 참석시키는 등 ‘갑질’을 넘어 인권유린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관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공관병으로 근무했거나 공관병의 주변인들로부터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공관병을 사적인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많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새벽이 넘은 시간에 술상을 지시하거나 업무 시간 이후에 사적 만남을 위한 차량 활용, 폭언·폭행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명문대 재학생을 공관병으로 발탁, 자녀들의 과외교사를 시키는 것도 사적인 활용예다.
공관병을 쓸 수 없는 계급인데도 억지로 공관병으로 근무하게 한 사례도 있었다. 공관병은 보통 군내에서 연대장, 사단장 등 고위급 지휘관의 관사를 관리하는 병사를 의미한다. 박 사령관의 사례처럼 외부와의 접촉이 어려울 경우 내부에서 어떤 처우를 받을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공관병 제도가 현대판 군 노예제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폐지론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공관병 제도를 폐지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국방부에서 공관병을 없애는 구체적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순 폐지가 아닌 공관병의 역할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추후에도 찬반 의견이 맞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