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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병 피해사례 ‘봇물’..커지는 폐지 목소리

김영환 기자I 2017.08.02 17:15:24

공관병 폐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피해 사례 이어져
단순 ''갑질'' 넘어서 인권 침해 소지까지
공관병 폐지 가닥 잡은 국방부..민간 이양 또다른 불씨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공관병 갑질 의혹의 당사자인 박찬주 육군 2작전사령관(대장)이 전역지원서를 제출하면서 공관병 제도에 대해 폐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공관병으로 근무했던 사례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공관병 제도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관병에 대한 부인의 ‘갑질’ 의혹과 관련 전역 지원서를 제출한 박찬주 육군 2작전사령관(대장).
(사진=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박 사령관의 아내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공관병에게 가족들 빨래와 다림질, 텃밭가꾸기, 화장실 청소 등 사적인 업무를 시켰으며 신체적 위협과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욱이 발톱과 각질 치우기는 물론 심지어 공군 사병으로 근무하는 아들의 속옷 빨래까지 시킨 의혹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이나 썩은 과일 등을 공관병의 얼굴에 집어던지는가 하면 추운 겨울에 공관병을 발코니에 갇히게 하는 등 가혹행위마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팔찌를 채우거나 종교에 상관없이 교회 예배에 강제로 참석시키는 등 ‘갑질’을 넘어 인권유린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관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공관병으로 근무했거나 공관병의 주변인들로부터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공관병을 사적인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많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새벽이 넘은 시간에 술상을 지시하거나 업무 시간 이후에 사적 만남을 위한 차량 활용, 폭언·폭행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명문대 재학생을 공관병으로 발탁, 자녀들의 과외교사를 시키는 것도 사적인 활용예다.

공관병을 쓸 수 없는 계급인데도 억지로 공관병으로 근무하게 한 사례도 있었다. 공관병은 보통 군내에서 연대장, 사단장 등 고위급 지휘관의 관사를 관리하는 병사를 의미한다. 박 사령관의 사례처럼 외부와의 접촉이 어려울 경우 내부에서 어떤 처우를 받을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공관병 제도가 현대판 군 노예제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폐지론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공관병 제도를 폐지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국방부에서 공관병을 없애는 구체적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순 폐지가 아닌 공관병의 역할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추후에도 찬반 의견이 맞설 것으로 보인다.

공관병 갑질 논란

- 전자팔찌 차고 텃밭 가꾼 공관병들…국방부 "개선방안 마련" - 송영무 "공관병 갑질 사건, 국방장관으로서 깊이 사과" - 국방부 “공관병 전수조사, 불합리 지시·기본권 보장 미흡 사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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