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단계에선 지반조사보고서, 환경영향평가서 등이, 시공 단계에선 표준시방서, 시공계획서, 표준 공사비 등이 있고, 안전 단계에선 중대재해 예방 매뉴얼, 품질검사 성적서, 계약 단계에선 시공계약서 등이 있다. 시시때때로 개정되는 문서와 빼곡한 글자들을 한 번에 읽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응해 대우건설은 내년 건설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Vertical·특정 산업에 특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출시한다.
대우건설은 약 한 달 전 사장 직속 기술연구원 산하 스마트 건설연구팀에 있던 AX데이터 파트를 떼어내 ‘AX데이터팀’으로 신설했다. AX데이터팀은 대우건설 전체의 AI전략을 수립하고 버티컬 AI를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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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답 AI는 수천 장에 달하는 해외 플랜트 건설 등 프로젝트 관련 영문 계약서, 입찰안내서(ITB) 등을 계약 전문가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답변으로 심층 분석을 해주는 일종의 ‘AI 기반 계약문서 분석시스템’이다. 이 팀장은 “계약서를 검토하려면 여러 개의 파일을 열어 분석해야 하는데 AI를 활용하면 단순 대화형 답변을 넘어 심층적으로 계약서를 분석해준다”며 “2주 걸렸던 계약서 분석 기간이 단 10분이면 해결된다”고 밝혔다. 이어 “타사의 경우 비슷한 AI를 IT관련 자회사나 외주 업체와 함께 개발했는데 대우건설은 자체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버티컬AI’의 적용 분야를 확대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팀장은 “바로답 AI가 해외 프로젝트의 계약 문제를 풀었다면 내년에는 이를 수평 확장해 품질, 안전, 시공, 조달 등 건설의 각 핵심분야에서 AI가 활용되게끔 하겠다”며 “AI가 건설 현장 상황을 분석해 누군가 뭔가를 해줘야겠다고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 현장은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현장에 특화된 버티컬 AI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게 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건설 연구팀이 드론을 띄워서 건설 현장을 캡처하고 MC·MG장비를 리모트를 조정해 자동화하고 로보틱스를 투입하는 등의 작업을 하면, AX데이터팀은 버티컬 AI로 건설 현장에서의 작업을 돕게 된다.
이 팀장은 “건설 현장에는 보고서, 안전관리 문서뿐 아니라 사진 등 비정형 데이터가 많다”며 “이러한 데이터를 지능형 전처리 기술과 검색증강생성(RAG) 기술로 분석해 디지털 자산화해서 효율적으로 분석,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 불모지였던 현장이 디지털화되면 AI가 현장의 전문가와 실질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며 현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에서 주창한 ‘AI 네이티브’ 시대가 앞당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AI 네이티브는 AI를 기준으로 업무·프로세스·시스템이 설계된 시스템을 말한다. 이 팀장은 “건설 데이터 허브 등을 통해 공통 데이터, 문서를 한곳에 모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고, AI가 표준서, 조달 단가 기준, 법규 등을 볼 수 있도록 표준를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시공 과정에서 법규가 바뀐 것들을 놓치지 않고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현업 체감 AI를 개발하는 데 방점을 찍을 방침이다. 이 팀장은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건설사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며 “보여주기식 기술 과시가 아니라 현업에서 즉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여에 최우선 전략을 삼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전문가들이 직접 AI기술을 적용해보고 문제점을 해결해가는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줄여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