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은폐' 英 보수당 의장 해임…흔들리는 수낵 내각

박종화 기자I 2023.01.30 17:43:08

재무장관 지내며 국세청과 자기 벌금 협상
보수당, 노동당에 지지율 22%p 뒤쳐져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세무조사를 받는 사실을 숨긴 채 재무장관직을 맡았던 영국 보수당 중역이 자리에서 해임됐다. 세금 탈루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세금 문제를 감춘 채 조세정책을 이끌었던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각료들의 잇단 낙마로 보수당 지지율은 야당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니딤 자하위 (前) 영국 보수당 중앙당 의장 겸 무임소 장관.(사진=AFP)
BBC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나딤 자하위 보수당 중앙당 의장 겸 무임소 장관을 해임했다. 이라크 난민 출신인 자하위 전(前) 의장은 교육장관과 재무장관을 거쳐 당무를 총괄하는 당 의장 자리에 오른 거물이다.

수낵 총리는 지난주 자하위 전 의장을 조사하기로 했고 일주일 만에 해임을 결정했다. 자하위 전 의장을 조사한 로리 매그너스 총리 윤리고문은 그가 “장관 행동강령을 심각히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자하위 전 의장이 해임된 가장 큰 이유는 이해충돌 은폐다. 자하위 전 의장은 정계 입문 전 설립한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의 주식 매각 대금 문제로 2021년 4월부터 영국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었다.자하위 일가는 가족 신탁회사 명의로 유고브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실소유주가 누구로 봐야하는지 양측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그는 재무장관에 취임하며 세무조사로 인한 이해충돌 사실을 ‘이해관계 등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채 은폐했다. 자하위 전 의장은 재무장관 재임 중이던 지난해 8월 약 480만파운드(약 73억원)을 내고 이 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한다. 당시 국세청은 자하위 전 의장이 ‘부주의하지만 고의적이진 않은 오류’를 저질렀다고 결론냈다. 그는 이달에야 세무조사를 받고 벌금을 내기로 한 것을 인정한다. 야당인 노동당은 세무조사 등 혐의를 숨긴 채 재무장관이 국세청과 벌금을 협상한 것을 비판했다.

보수당 내각 각료가 낙마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1월엔 개빈 윌리엄슨 정무장관이 과거 동료 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부하직원을 괴롭힌 게 밝혀져 사임했다. 내각 2인자인 도미닉 랍 부총리도 장관 재직 시절 공무원을 괴롭힌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내각이 흔들리면서 차기 총선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이달 11일 유고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 지지율은 25.0%로 47.0%를 얻은 노동당에 22.0%포인트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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