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는 매달 경영계획과 전략 방향을 전면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올해 집행하려던 투자 방침도 더 뜯어보기로 방향을 틀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예상치 못한 고환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애초 LG전자는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 1160원, 하반기 1170원’이라는 지난해 말 씽크탱크인 LG경영연구원의 전망을 보고받고 올 경영계획을 짰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뿐만 아니라 10대 기업 대부분이 환율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고 경영계획을 바꾸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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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원자재값 폭등에 원저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수출을 많이 할수록 흑자 폭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强) 달러로 인해 우리 기업은 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처지”라며 “여기에 엔저가 워낙 심하다 보니 일본과 경쟁하는 주력산업 역시 수출 동력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새 정부 출범 이후 향후 5년간 1055조원의 ‘통 큰’ 투자를 예고했던 10대 기업들도 투자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당초 올 하반기 예정했던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 계획 시점을 미루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3일 제주포럼에서 “경기침체 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 지연이 이뤄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최근 가진 첫 사장단회의에서 투자 계획 추진 현황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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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묵 교수는 “달러 강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기업들은 혁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소비자에게 가격을 충분히 전가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에 “통화스와프는 환율 상승의 제동 역할은 물론 위기에 버틸 수 있었던 요인이 될 것”이라며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