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묻지마 살인 아닌 여성혐오 살인"

박순엽 기자I 2019.05.17 21:16:47

불꽃페미액션, 17일 강남역 앞에서 추모제 개최
참가자 "묻지마란 수식어로 본질 가려선 안돼"
10번 출구 앞 헌화 및 포스트잇 부착하며 마무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3주기 추모제’ 참가자들이 17일 오후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꽃과 포스트잇 등을 남기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사진=박순엽 기자)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강남역 살인 사건 3주기를 맞아 여성계가 당시 사건을 다시 공론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묻지마 살인’이 아닌 ‘여혐 범죄’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여성시민단체 불꽃페미액션은 17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강남스퀘어 앞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3주기 추모제’를 열고 “2016년 강남역 사건으로 여성들은 불안함과 부당함을 공유하게 됐지만 언론과 수사기관은 여전히 이를 ‘묻지마 살해’라고 부르고 있다”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범죄는 ‘묻지마’가 아니라 ‘여성혐오 살인’이라고 말해야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3년 전 30대 남성이 공용 화장실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강남역 살인 사건에 대해 당시 경찰은 여혐범죄가 아닌 묻지마 살인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는 ‘묻지마’라는 표현으로 여성 혐오 범죄를 가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추모제 발언에 나선 변예진씨는 “우리 사회는 많은 여성혐오 살인 사건을 묻지마 살인이란 수식어로 부르며 본질을 가리고 있다”며 “여성혐오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러한 범죄 피해자를 계속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익명을 요구한 발언자 A씨 역시 “우리 행동은 남성을 해하려는 뜻이 아니라 그저 혐오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사회의 여성 혐오적 정서를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최근 경찰에서 발표한 버닝썬 수사 결과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젼(가명)씨는 “버닝썬 사건 핵심 인사들의 구속이 기각되는 현실은 여성혐오 범죄의 원인을 조현병이나 묻지마로 기록한 3년 전의 오늘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며 “오늘 우리는 여기에 모여 이에 대해 반항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스퀘어 앞에서 추모시 낭송과 침묵 행사를 마친 여성단체는 당시 사건이 발생한 강남역 10번출구까지 총 600M가량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 도중 ‘우리에게 묻지마 살인은 없다’·‘더 이상 우리를 죽이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후 10번출구에 도착한 불꽃페미는 국화꽃을 헌화하는 등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를 이어갔다.

한편 강남역 살인 사건을 저지른 30대 남성은 현재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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