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상법, 기업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권태신 한경연 원장,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여상규 법사위 위원장, 정갑윤 의원, 반원익 중견련 부회장,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사진=한경연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경제계가 상법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3% 의결권 제한 등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어 한국 기업만 역차별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는데다 주총 결의요건 개선 등 기업에 당장 꼭 필요한 내용은 논의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공동으로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개정안의 주요 쟁점과 과제’ 국회 정책세미나를 23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5개 단체가 공동으로 정책세미나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갑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전세계 호황 속에 대한민국만 나 홀로 뒷걸음치는 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경제활성화 vs 경제민주화’의 ‘상법 프레임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회사의 기본법인 상법조차 반기업적 인식을 통한 정치 논리로 개정된다면 우리 기업들은 4차 혁명의 기회를 영원히 놓칠지도 모른다”면서 “특히 엘리엇 등 해외 투기자본의 무차별적 공격에 우리 기업이 이들을 막아낼 경영권 방어수단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은 “검증되지도 않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이 과연 기업과 경제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정작 꼭 필요한 주총 결의요건 개선 등은 적극적인 논의가 없다”고 일갈했다.

이날 발표자인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많은 상법 개정안과 법무부 상법특위의 검토의견이 기업 현실과 맞지 않고 해외보다 규제수준이 높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법개정방향으로 기업 자율성 및 창의성 존중, 자본조달 원활화, 장기적 관점의 주식투자 유인방안 등을 제시했다.

학계 토론자인 육태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이상에 기초한 집중투표제를 단기투자자나 투기자본이 많은 상장회사까지 의무화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상무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우려했다. 경영권 공격세력이 모회사 주식 일부만 확보하면 모든 자회사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소송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한 만큼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박양균 본부장도 “해외에서는 폐지되고 있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그들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며 “3% 의결권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가 모두 도입될 경우 이사회의 효율성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주총 결의요건을 그대로 두면 내년 주총에서는 올해보다 더 많은 부결사태가 예상된다”면서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영리법인의 주주총회 결의방법을 전자투표로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고, 현재 전자투표 시스템이 해킹 등에 완전하다고 볼 수도 없어 의무화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갑윤 의원은 “오늘 개진된 의견들이 국회 논의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국회가 기업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