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취임 100일 맞은 이병호 aT 사장 “우리 농업 보호 최우선할 것”

김형욱 기자I 2018.05.28 16:38:09

28일 ‘신 경영비전’ 선포식…51돌 맞아 100돌 준비
“이대론 농업 미래 없어…국산 농산물 활로 열것”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 사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신(新) 경영비전 선포식’에서 ‘aT 향후 50년의 나아길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aT)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우리 농업 보호를 최우선 정책으로 꼽았다. 지금까진 농식품 수출액 증가에만 관심을 쏟았다면 앞으론 농가 소득에 직접적으로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병호 사장은 2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신(新) 경영비전 선포식’에서 ‘aT 향후 50년의 나아길 길’을 소개하며 이렇게 밝혔다. 이 사장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행사다.

aT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과 수출 확대 등을 목적으로 1967년 설립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국산 농산물의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국민(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이를 억제해야 하는 대립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사장 이중 농가 소득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사장은 이대로면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가 없다고 봤다. 그는 “지난 20세기 화두인 세계화·개방화는 눈부신 성장과 절대 빈곤율 감소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으나 산업·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부작용도 낳았다”며 “정부 방침에서 소외돼 온 농업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농가 인구는 어느덧 242만명(2017년 기준)으로 줄었다. 40대 미만이 1%뿐일 정도로 고령화도 심각하다. 도시·농촌 소득격차도 매년 벌어지고 있다. 그는 “이대로 내버려두면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aT의 모든 사업 방향을 이 문제를 풀어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aT는 설립 후 농산물 가격안정 부문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냈으나 이 과정에서 국내 농업을 떠받치는 데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는 콩이나 밀처럼 자급률 낮은 농산물 수매를 확대해 이들 농작물의 국내 생산을 장기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했다. 또 국산 농가 보호를 위해 정부 저율 관세 수입 물량(TRQ)이 늘어나는 걸 억제하고 시기도 적절히 조정키로 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소비자가격 안정을 위해 TRQ 수입물량을 활용해 왔다.

그는 “저가 수입 농산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 상태론 지속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발의 개헌안에 담겨 있듯 농업인이 일정한 수준의 소득과 삶의 질, 농촌 환경·고용·문화를 유지해야 우리 농업도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며 “선진국은 농업 분야에서 일찌감치 이 체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이 결코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농민은 제값에 팔고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의 부담을 줄이고자 농산물 유통종합정보시스템 구축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제 수급관리도 추진키로 했다. 올해부터 본격화한 국내산 쌀 해외 원조나 앞으로의 남북 농업협력도 국산 농산물 가격을 떠받치는 데 활용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수출 역시 단순히 수출액을 늘리는 게 아니라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액 등 외형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수출이 우리 농가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소홀했다”며 “신선농산물이나 국산원료 사용 비중이 높은 상품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은 91억5000만달러(약 9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5% 많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중 상당수는 담배나 라면, 맥주처럼 우리 농가 소득과 직접 연관 없는 품목이다.

국내 식품산업 지원 방향 역시 큰 틀에서 국산 원료 사용을 높인다는 목표 아래 진행키로 했다. 그는 “많은 식품가공·외식기업이 가격 차이에도 국내산 식재료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들의 판로를 지원하고 다른 식품·외식기업도 국산 농산물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신(新)경영비전 선포식에서 이병호(오른쪽에서 네 번째) 사장을 비롯한 참가자가 aT 신 경영비전과 여섯 가지 경영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T)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