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해운업, 중심없는 구조조정設에 '고사'

정태선 기자I 2015.11.12 16:08:38

정부 정책 실종, 수출입은행 조선업 쏠림지원 '26조원'
"10분의 1만 지원해도..." 글로벌선사 지원책과 비교

선주협회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해운업 구조조정설과 관련, 정부의 정책 실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장기불황으로 인한 해운업계의 자금난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인데 대응법이 달라서다.

12일 해운업계 따르면 세계 1위 선사인 머크스라인 조차도 시장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공격적인 선대확장을 중단하고 대규모 인력감축을 선언했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뿐 아니라 대부분 글로벌 선사들이 모두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하지만 현재 글로벌 대형선사가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배경에는 각국 정부가 글로벌 선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규모 지원을 한 덕분이다.

머스크는 덴마크의 수출신용기금으로부터 5억2000만달러의 금융 지원을 받았고, 여기다 62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차입했다. 세계 3위선사인 프랑스 CMA-CGM은 자국 국부펀드인 FSI로부터 1억5000만달러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금융권으로부터 3년간 2억8000만EUR 유동성 지원을 받는 한편 채권은행들로부터 5억달러의 자금지원을 받기로 합의한 상태다. 덕택에 CMA-CGM은 현재 체력을 모두 회복했다.

독일도 마찬가지. 하팍로이드(Hapag-Lloyd)에 대해 독일정부는 18억달러의 지급보증을 실시했고, 함부르크시는 7억5000만EUR를 지원했다.

싱가포르의 정부투자기관 테마섹-홀딩스는 자국선사인 APL의 우선주를 10억달러에 인수하는 형태로 유동성을 지원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해운업을 지원하고 있다. COSCO는 중국은행으로부터 108억달러의 신용을 제공받았다. 중국초상은행도 49억달러의 대출을 실행했다. 중국수출입은행은 5년간 COSCO와 차이나쉬핑에 대해 각각 95억달러씩 지원하고 있다.

반면 현대상선(011200)은 수년간 선박매각, 터미널 매각, LNG선 매각, 각종 보유 유가증권 매각 등 외부의 지원 없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유가증권을 제외한 선박과 터미널 등은 해운업종의 꼭 필요한 영업수단이지만 채권단의 요구로 팔아치웠다.

정부가 ‘회사채신속인수제’라는 지원책을 해운업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이자율이 14% 달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11일 발표한 4500억원 규모 자구안.
해운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이 조선업종에만 쏠려 있다고 보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8월 기준으로 국내 조선업계에 26조원의 여신을 지원했다. 이는 수출입은행 전체 여신의 21%에 달하는 규모다. 대형 조선사 6개(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 현대미포, 한진중공업)에 21조1000억원의 여신을 지원했으며,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형 4개 조선사에는 4조9000억원의 여신을 제공했다. 이 같은 지원은 국내 조선소에서 선박을 발주한 외국선사에 집중된 것으로 국내 해운선사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셈이 되고 있다.

국내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조선업계에 지원한 26조원중 고작 10%만 해운에 지원했어도 현재와 같이 대형 선사들까지 위태로운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현대상선을 응급환자로 보는듯 한데 일단 살려놓고 강수(합병, 경영권 포기 등)를 둬야지 현재 흐름은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해운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신중하고 세밀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전무는 “지난 2001년 우리나라 원양 3대 글로벌선사였던 조양상선이 망했때 조양상선이 확보했던 수송점유율을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등 국내선사들이 이어받지 못하고 대부분 외국선사가 차지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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