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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대통령의 방한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에 이어 약 11개월 만에 양국 정상이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총 12건의 협력 문건을 체결하거나 개정했다.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협력 의지를 통상 협상과 분야별 이행 체계로 구체화한 셈이다.
이집트를 생산·수출 거점으로…CEPA로 협력 기반 다진다
경제 분야의 핵심 성과는 CEPA 협상 개시다. 양국은 상품·서비스 무역과 경제협력, 공급망 회복력 등을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7년 상반기 중 제1차 협상을 시작하고 조속한 타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날 양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과 무함마드 파리드 살레 이집트 투자통상부 장관이 협상 개시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 대통령은 “향후 이 협정이 조속히 타결돼 양국 교역과 투자는 물론 광범위한 분야로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한국 기업의 이집트 시장 진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제3국 수출을 함께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 기술과 산업화 경험을 제공하고, 이집트는 전략적 입지와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상호보완적 협력이다.
이 대통령도 확대회담에서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성공적인 산업화 경험, 이집트의 전략적 입지와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은 서로의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를 지난해 카이로대에서 발표한 대중동 구상 ‘샤인(S.H.I.N.E.) 이니셔티브’의 핵심 파트너로 꼽기도 했다.
알시시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이집트에 진출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과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산업단지를 조성해 생산을 현지화한 뒤 이집트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면 중동·아프리카·유럽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전자·석유화학·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의 투자 확대를 기대했다.
다만 CEPA는 협상 개시를 선언한 단계다. 실제 시장 진출 효과는 향후 협상에서 정해질 시장 개방 수준과 협정 내용에 달려 있다. 알시시 대통령이 제시한 산업단지 구상 역시 구체적인 투자와 사업 추진으로 이어지는 것이 과제다.
기업과 파견 근로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사회보험 협정도 체결했다. 일반적으로 사회보장협정으로 불리는 이 협정은 양국 파견 근로자의 체류국 사회보장 보험료 납부 의무를 최대 5년간 면제하도록 했다. 연금 등 급여 수급 자격을 산정할 때 양국의 사회보험 가입 기간을 합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근로자의 연금 보험료 이중 납부 부담과 기업의 사용자 부담분을 줄여 현지 진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이집트와 이 협정을 체결한 첫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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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협력은 친환경 전환과 현지 산업 기반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 협력 양해각서(MOU)에는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 인프라와 친환경 예인선, 지원 시설 구축을 담았다. 친환경 선박의 유지·보수·정비(MRO) 산업 육성과 선박 개조, 인력 양성 등도 협력 분야에 포함했다.
선박 공급과 함께 연료 인프라, 정비, 인력 양성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 한국 조선업체의 중장기적인 이집트 진출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해양 협력 MOU를 통해서는 해상 운송의 안전·안보 강화, 항만 개발·운영 및 물류 관련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국장급 해양대화를 신설한다. 수에즈운하와 지중해·홍해를 잇는 해상수송로의 안전 확보를 위한 협력으로, 산업·통상 협력을 물류와 공급망 안정까지 연결했다는 의미가 있다.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는 태양광·육상풍력·바이오매스·폐기물 에너지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을 중심으로 협력한다. 정책·제도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사업을 발굴해 한국 기업의 이집트 시장 진출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별도의 전력 인프라 협력 MOU를 통해 전력망 현대화와 기술 교류, 공동 프로젝트 발굴도 추진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고속인터넷, 사이버보안, 디지털 전환을 중점 협력 분야로 정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하는 이집트 수출입청의 위험기반 검사·추적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을 위한 교환각서도 체결했다.
국방·방산 분야에서는 K-9 자주포 공동생산을 성공적인 협력 모델로 평가하고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무기체계 공급을 현지생산과 기술협력으로 연결해 이집트군의 전력 강화와 산업 기반 확충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향이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방산 협력이 단순한 무기체계 수출을 넘어 이집트군의 전력 강화와 현지생산·기술협력을 통한 이집트의 산업기반 확충에도 기여하는 호혜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화·교육 분야에서는 2027년을 ‘한·이집트 상호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이집트 대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 및 국립농업박물관과 각각 협약을 맺어 전문인력 교류와 보존과학, 디지털 콘텐츠, 공동 전시 등의 협력을 추진한다. 고등교육 협력 MOU도 10년 만에 개정했으며, 전동차 전환 기술협의회 출범에도 합의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와 중동의 평화·안정을 위해 협력하고, 국제 해상 물류의 원활한 흐름과 모든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이 중요하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공존 구상을 설명하며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튼튼한 안보”라는 정부의 철학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알시시 대통령은 대화와 협력의 여건을 조성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