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설비기술연구소 설비개발실 담당임원(부사장)으로 세계 3위 반도체 장비회사인 미국 램리서치의 윤석민(51·사진) 수석 디렉터를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설비기술 선행연구 및 핵심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총 책임을 맡긴 것이다. 반도체 회로설계, 공정기술, 시스템 설계 등 반도체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싸이클에 거쳐 설비를 개선하고 효율을 높이는 일을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3나노 GAA(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 양산에 성공하는 등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윤 부사장의 영입을 통해 3나노 GAA 2세대, 2나노 공정을 위한 차세대 설비 개발 및 확충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램리서치는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시에 연구개발(R&D)센터인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윤 부사장은 램리서치와 함께 긴밀한 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윤 부사장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알고 있다”며 “그의 영입으로 삼성전자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내기 위한 설비 확충에 보다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6월 미국 퀄컴 출신 윤세승 부사장을 파운드리 디자인 플랫폼 개발실 담당임원으로 영입했다. 1990년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하다 퀄컴에서 비메모리반도체 설계 특허 출원도 한 그를 다시 끌어 오면서 파운드리 기술 강화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이달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최고경영자(CEO) 직속 신사업 태스크포스(TF)장으로 정성택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과 맥킨지앤드컴퍼니, 도이치텔레콤 등 IT기업과 컨설팅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했던 IT분야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메타버스와 로봇 등 신성장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그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글로벌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피를 수혈해 ‘기술 초격차’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면서 “시장의 혼동과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부회장 귀국 직후 삼성 사장단은 곧바로 경기도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긴급회동을 하고 미래 먹을거리 및 인재 육성 계획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삼성인력개발원은 20년 전인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사장단회의를 소집해 5년·10년 후 삼성의 미래를 위해 ‘S급 인재’ 영입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한 곳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복권된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다시 활발한 인재 영입에 나설 것으로 안다”며 “반도체 초격차와 함께 새로운 융복합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외부 인재 영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