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한반도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이 미국·중국간 대리전 양상을 띠며 제2라운드를 맞이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지난 7일 오산으로 사드 장비 일부를 보낸 뒤 중국을 향해 회유와 제재를 병행하며 적극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고 중국도 표현 수위가 완화하는 등 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는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중국의 우려를 분명히 이해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에 국가안보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마크 토너 대변인대행도 “우리는 그동안 중국과의 대화에서 사드가 중국 또는 동아시아의 어떤 강대국에도 위협이 되지 않고, 위협적인 의도도 없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면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하순에 있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방중을 앞두고 중국의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 성사를 논의하기 위해 방중한다.
동시에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에 준하는 카드를 꺼내들며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대(對)이란·북한 경제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국 2대 통신사 중싱(中興·ZTE)통신에 11억92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정부가 제재위반과 관련해 외국 기업에 부과한 벌금 중 역대 최고액이다. 더욱이 미국은 현재 중국의 최대 스마트폰·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華爲)에 대해서도 비슷한 혐의로 조사를 실시하며 중국을 긴장시켰다. 중국이 계속해서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로 경우 중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본격 꺼내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자 중국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비교적 완화된 톤의 발언을 내놨고 관영매체도 예의 거친 표현을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왕 부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행사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한국 모두 한반도의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며 “양측 모두 앞길을 개척하고 싶어 하니 여전히 평화에 대한 희망은 있다”고 언급해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 역시 미중 정상회담을 주요 외교 과제로 두고 성공적 개최를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