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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새로운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존의 행정명령에서 이라크가 빠지는 등 법원에 막힌 1차 행정명령에서 일부 완화한 개정안이다. 그러나 서명 첫날부터 소송 얘기가 나오며 또다시 법원에 막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새로운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 오는 16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기한은 이전과 같은 90일이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내놓은 반이민 행정명령은 뜨거운 역풍을 맞았다.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 중동·아프리카 국민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과 미국 입국을 90일 동안 중단하는 초강경 조치였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는 역풍이 쏟아졌고 결국 미 연방법원이 행정명령의 중단을 결정하면서 힘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항소 대신 일부 내용을 바꾼 수정본의 행정명령을 내는 쪽으로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수정본에는 이라크가 입국 금지 국가 명단에서 빠졌다. 이라크는 이슬람 과격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싸우고 최전선에 있는 나라다. 이라크에 미군 5000여명이 주둔하며 지원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라크의 협조를 얻는 것이 미국의 대 테러 전쟁에 유리할 수 있다는 국무부와 국방부의 건의가 수용됐다.
또 시리아 난민의 무기한 입국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기존 비자 발급자와 영주권자들은 입국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명시적으로 담았다. 1차 행정명령 발효 때처럼 이미 비자를 발급 받은 6만 명이 공항에서 입국이 막히거나 강제 출국 우려에 빠지는 혼란을 막은 것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6개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는 우리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명령은 미국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6개국가의 미국 입국 금지는 바뀌지 않았다. 새 행정명령 역시 이슬람이라는 특정 종교 국가의 국적자를 대부분 막는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는 “새롭게 포장했지만 여전히 부도덕하고 반헌법적이며 위험하다”고 비난했다.
법적 대응도 예고됐다. 미국의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성명을 내고 “이번 행정명령 역시 처음과 똑같이 치명적 하자가 있다”면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주(州) 법무장관 밥 퍼거슨은 이번주 중 새 행정명령에 대한 중단 소송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법률 전문가는 새 행정명령이 또다시 법원에 막힐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종교적 차별이라는 불법적 요소도 있지만 2차 행정명령은 1차 때와는 달리 예외 조항을 통해 미국 내 거주하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1차 행정명령에 반대했던 여당 측 공화당 의원은 찬성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코커는 “이라크가 빠진 것은 잘된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