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종양내과)은 22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유럽종양학회 2020에서 직접 발표한 유한양행(000100)의 ‘레이저티닙’과 얀센의 ‘아미반타맙’의 병용투여 요법 임상 결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의 차세대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유한양행이 2015년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에서 전임상단계에서 도입해 임상 1/2상 중간 단계까지 개발한 뒤 얀센에 2018년 1조5000억원 규모로 수출했다.
얀센은 최근 레이저티닙과 자사의 또다른 항임 신약 후보물질 아미반타맙을 EGFR 돌연변이 환자에게 함께 투여하는 글로벌 1b상 임상의 중간 분석 결과를 내놨다. 조 교수가 이 연구의 책임연구자다.
이번 임상의 중요한 결과는 2가지다. 우선 EGFR 표적항암제 등 선행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을 병용투여한 결과 약물치료 시작 후 7개월 시점에서 20명 전원에서 종양 크기가 30%이상 축소됐다. 이는 객관적 반응률(ORR)이 100%(20/20)라는 얘기다.
조 교수는 “객관적 반응(률)은 환자 한명의 전체 종양 덩어리를 100이라고 했을 때 치료를 한 뒤 30%이상의 종양 감소가 있을 때를 말한다”며 “쉽게 말해 20명 전체가 매우 많은 정도의 종양 감소(reduction)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객관적 반응률(ORR) 100%라는 숫자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정도 반응률을 보인 약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EGFR 표적 치료제 시장을 장악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2018년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을 때 임상 3상에서 ORR이 77%였다.
조 교수는 “ORR이 모든 것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기 약제의 항종양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고 빠르게 볼 수 있는 지표이자 중요한 지표중의 하나”라며 “그런 지표에서 (타그리소 보다)우월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이 병용요법을 고무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령 항암제 임상의 또다른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은 임상 초기라 아직 도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PFS는 약을 투여한 후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기간을 말하는데, 아직 이번 임상에서는 약효가 계속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임상 결과에서는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 투여가 현재 명확한 치료제가 없는 타그리소 내성 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도 확인됐다. 45명의 타그리소 내성 환자들에게 레이저티닙 아미반타맙을 병용투여한 결과 16명에서 종양 크기가 30%이상 축소됐다. ORR이 36%(16/45)라는 얘기다.
조 교수는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내성 환자에서 36% ORR을 보인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라며 “대략 얘기하면 10명 환자 중에 4명의 환자에게서 큰 규모의 종양 감소가 있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타그리소 내성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새롭게 쓸 수 있는 약은 없는 상태다. 기존 세포독성항암제는 ORR이 20% 정도로 알려졌다.
그는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부작용과 관련, “91명의 환자에 투여한 결과 상당히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3등급 이상 중증의 독성도는 높지 않았고 대부분 견딜만 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91명 투여 환자 중 등급 3이상의 심각한 부작용을 보인 환자 비율은 10%(11명)이었고 심각한 부작용으로 투여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5%(6명)였다. 항암제 투여에 따른 독성(부작용)은 중증도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된다. 숫자가 낮을수록 경미한 부작용이다. 3등급은 ‘입원을 요하는 독성’, 4등급은 ‘생명을 위협하는 독성’, 5등급은 ‘사망에 이르게 하는 독성’이다.
조 교수는 “이제 막 시작한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의 임상 3상 연구가 성공한다면 EFGR 돌연변이 1차 치료제로 가장 우선시되고 추천되는 치료법으로 등재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이 병용요법을 타그리소 내성 환자에 사용하는 글로벌 3상 연구도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