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오후 2시경 반대매매 물량이 나올 것이다.’
5일 코스닥시장에서 떠돌던 얘기다. 실제 코스닥 지수는 3년 2개월 만에 하락 사이드카가 발동됐을 정도로 폭락했다. 코스닥150 현물이 전 거래일보다 3% 이상, 코스닥 선물이 6%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됐다는 얘기다. 결국 이날 코스닥 지수는 7.46% 하락했다. 미국 국채 신용등급 강등 이후 더블딥(경기침체)과 그리스 등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커졌던 2011년 9월 26일(-8.28%)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코스닥 지수가 급락하는 이유는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된 바이오 업종 투자심리가 나빠진 것도 있으나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수급 악화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이후 이달 2일까지 코스피, 코스닥 합산 반대매매 규모는 2030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지수가 급락하기 시작했던 지난달 22일 이후부턴 800억원 가까운 반대매매가 나왔다. 이날 코스닥 7% 폭락으로 반대매매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 투자금을 빌려준 후 주가가 하락해 주식 평가액이 일정 수준의 증거금(주식담보비율의 140%) 밑으로 빠질 경우 해당 주식을 강제 매도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는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로선 손절 매도하는 것이라 손실이 불가피하다.
반대매매가 증가하면서 신용융자 잔고는 줄어들고 있다. 코스닥의 경우 지난 달 22일 이후 이날까지 4300억원의 신용융자가 감소했다. 시가총액 하락 속도보다 신용잔고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 보니 신용융자 잔고 비율도 지난달 30일 2.4%에서 이날 2.09%로 하락했다. 특히 이 기간 IT하드웨어가 960억원, 제약이 650억원, 반도체가 400억원 신용융자가 감소했다. 즉, 코스닥 시가총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IT·제약 부문의 반대매매가 집중됐을 개연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은 수급이 수급을 악화시키는 장이라며 섣불리 주식을 매입해선 안된다고 권고했다. 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일정 수준 주가가 하락하면 로스컷(손절 매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도 물량이 추가 출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코스닥 지수는 수급과 바이오 투자심리 악화에 바닥이 어딘지 알 수 없다는 전망이 많다.
폭락장 속에 돈을 벌겠다며 나선 공매도 세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스닥150 종목 중 지난 2주간 누적 공매도 비중(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금액의 비중)이 10%를 넘은 회사는 24개로 집계됐다. 코미팜(041960)이 22.6%로 가장 많았고, 휴젤(145020) 18.4%, 헬릭스미스(084990)가 14.7%, 셀트리온제약(068760)이 14.0%로 바이오주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펙사벡 임상 3상에 실패한 신라젠(215600)은 공매도 비중이 8.5% 였으나 대차잔고 상위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닥 종목의 대차잔고는 작년 말보다 무려 21.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