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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연일 신중한 언행을 당부하고 있지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 막말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5.18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 폄훼·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비하 발언에 곤욕을 치렀음에도, 말 폭탄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당이 ‘막말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모양새다.
◇황교안 “국민에 심려 안 드리게 더 노력”
황 대표는 3일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막말 논란에 대해 “사실을 말하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국민에게 심려를 드리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 각별히 애쓰겠다”고 몸을 낮췄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언사에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선교 사무총장은 황 대표에게 질의하기 위해 국회 복도 바닥에 앉아 대기하던 당 출입 기자들을 향해 “걸레질을 한다”고 하면서 이런 주의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 총장은 뒤늦게 입장문을 내고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열악하여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지난 주말 막말 논란의 당사자였던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민경욱 대변인은 “진위가 왜곡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했다.
정 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요일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려는 세력에게 빌미가 된 것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계신다”며 “이 부분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만 했다. 앞서 정 의장은 지난달 31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불발에 따른 후속조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 등을 처형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다”고 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우리 국민이 탑승했던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에 대해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는 페이스북 글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민 대변인 역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의에 “대통령 말씀에 진정성 있어야지 안 그러면 쇼가 된다”고 했다.
◇“지지 철회하고 당분간 무당 층” 얘기도
한국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주말을 기점으로 이런 막말에 대한 지지자들의 비판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글쓴이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위기로 기선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언사와 언행으로 추락하는 것을 이대로 보고만 있을 거냐”고 성토했다. “한국당을 지지하고 응원해 왔는데 지지를 철회하고 당분간 무당 층으로 남겠다. 제발 정신들 좀 차리고 제대로 된 논평을 하라”는 글도 보인다.
특히 21대 총선에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수도권 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그야말로 노심초사다.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수도권이 다른 지역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당내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설화가 발생하면 굉장히 예민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특정 개인의 발언인데 우리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너무나 마음이 절절하다”며 “황 대표도 연석회의에서 ‘국민이 정치인을 걱정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부분을 몇 번에 걸쳐서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 역시 통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너무 과격한 단어를 쓰다 보니 의도와 달리 모든 게 묻히는 경향이 있다. 국민들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용어를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