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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황교안급은 돼야 文이랑 붙제"vs"이미지는 오세훈이"

유태환 기자I 2019.02.19 17:31:31

보수 심장 대구 서문시장 오가며 민심 탐방
지역 꿰뚫는 키워드 '文비토'·'박근혜 동정론'
황교안 우세 속에 오세훈엔 탈당 문제 지적
태극기 지지 김진태는 "5.18로 마이너스" 평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대구·경북권 합동연설회가 열린 1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전경. (사진=유태환 기자)
[대구=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황교안이 급은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랑 붙을 수 있제. 대적할 급이 돼야 하지 않것나.”

‘보수의 심장’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서모(51)씨가 한 말이다. 서씨는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 출마한 황교안·오세훈·김진태 당 대표 후보 중 누가 제일 낫느냐’는 질문에 “세 사람 다 문재인 정권이랑 싸우기에 아직 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황교안이가 낫다”고 강조했다.

대구에서 만난 중장년층 시민들은 황 후보가 당권 레이스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새삼 재확인해주듯이 이처럼 “황교안이 제일 괜찮다”고 입을 모으는 분위기였다.

◇“황교안 말 제일 많이…모든 면서 제일 낫다”

한국당 전당대회 대구·경북권 합동연설회가 열린 18일 서울발 경부선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내려 무작정 택시를 탔다. “대구 민심 들으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묻자 택시 기사 조성태(55)씨는 망설임 없이 “서문시장으로 갑니다”며 차를 몰았다.

“보수는 서문시장에서 표를 꼭 얻어야 한다”는 조씨의 말대로 서문시장은 박근혜 전(前) 대통령이 탄핵 소추안 가결 직전에도 화재현장을 챙겼을 만큼 보수 진영의 성지로 상징되는 곳이다. 실제로 홍준표 전 대표가 2017년 대선 출마선언을 하는 등 현 야권 인사들이 문턱이 닳을 정도로 찾는 장소기도 하다.

이런 서문시장을 오가며 만난 시민들을 꿰뚫는 키워드가 ‘문재인 비토(거부) 정서’와 ‘박근혜 동정론’이었다. 황 후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이런 상황 속에서 나왔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황교안에 대한 말을 제일 많이 한다”면서도 ‘그럼 황 후보가 왜 좋으냐. 왜 인기가 많은 것 같냐’는 질문에는 똑 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씨앗호떡을 파는 상인 김모(53·여)씨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모든 면에서 황교안이 제일 낫다”며 “얼마 전에 왔을 때도 봤는데 TV랑 실물이랑 똑같더라”고 말했다. 칼제비(칼국수+수제비) 장사를 하는 박모(61·여)씨 역시 “황교안이 제일 좋다”며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당내 한 TK(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정치권에서 제일 좋은 건 뭐니 뭐니 해도 신상품”이라며 “유권자들은 아직 생채기가 안 난 새 인물에 대한 선호가 있다. 또 인기가 많으니까 당 대표가 될 수도 있지만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이니 인기가 많은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도 “바닥 민심이 황 후보를 마치 메시아처럼 보는 측면이 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변변한 보수 정치인이 새로 등장하지 않다 보니 막연한 기대가 있다”고 귀띔했다.

◇“당선보다 그 이후 어떻게 할지 걱정” 우려도

다만 황 후보의 정치적 앞날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2007년 17대 대선 경선 당시 권리당원으로 한 표를 행사했었다는 택시기사 김모(66)씨는 “총리 했던 분들이 살아남는 게 쉽지 않다”며 “공직에서 넘어온 분들이 지역을 다지고 표밭 가는 걸 잘 못한다. 황 후보는 당선보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할지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당권 경쟁 양강 주자지만 황 후보에 한발 뒤처져 있다고 평가받는 오 후보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성모(46)씨는 “오세훈이도 괜찮지”라며 “그래도 이미지 좋은 건 오세훈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앞서 언급한 택시기사 김씨는 “대구랑 경북은 당 힘들 때 나갔다 들어오고 그런 사람 싫어한다”며 “친한 최순실이 사기 친 거지 박 전 대통령이 돈 먹은 건 하나도 없는데 탈당까지 하고 그러느냐”고 꼬집었다.

대구 시민들은 극우성향인 태극기 부대 자체에는 호응을 보내면서도 그들이 응원하는 김 후보에 대한 지지는 별개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양모(47)씨는 “김 후보가 이번 5.18 논란으로 많이 마이너스가 될 거다”며 “김진태는 말 자체가 잘 안 나온다”고 했다.

사실 서울에서만 나고 자란 기자가 듣기에 “3공화국이나 5공화국 때가 범죄자도 적고 좋았다. 나라 기강을 세우려면 어느 정도 강제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등 공감하기 쉽지 않은 말을 하는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통해 보수에 자부심을 느끼던 이들이 겪는 현재의 상실감을 읽을 수 있었다.

상인 박모(50·여)씨는 “예전에는 서문시장에 사람이 훨씬 많았는데도 소매치기가 없었다”며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일이 종종 있다고 듣는다. 경제가 워낙 어려우니까…”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제는 다들 먹고살기 힘들다고 정치 얘기도 잘 안 한다”며 “누가 한국당 대표가 됐든 우리 살림살이가 나아져야지”라고 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엔써치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1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한국당 대표 적합도에 따르면 황 후보 22.2%, 오 후보 20%, 김 후보 11.4% 순이었다. 반면 한국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같은 조사에서는 황 후보 50.6%, 김 후보 18.7%, 오 후보 17.5%로 순위가 바뀌었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RDD 자동응답방법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9%p, 응답률은 8.2%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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