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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리튬 상업화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비(非)철강 부문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강조해온 최정우 회장의 빅플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리튬 상업화는 포스코가 2009년부터 준비한 숙원 사업이다. 최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에도 그룹 내 양·음극재 사업 통합, 2전지소재 종합연구센터 설립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하얀 석유’ 리튬…호주 필간구라 광산 가보니
지난 15일 찾은 호주 서북부 필바라 지역의 필바라 미네랄스사(社) 필간구라 광산은 포스코와 지난 2월 리튬정광(불순물제거후 품위가 높아진 광석)을 장기 구매키로 계약한 곳이다. 투자금액은 약 7950만 호주달러(한화 650억원, 지분 4.75%와 상응하는 규모의 전환사채 인수). 포스코는 이 계약 체결로 내년부터 연간 최대 24톱(t) 이상의 리튬정광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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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mm 이하로 잘게 파쇄하는 분쇄공정을 비롯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비중선별’, ‘부유선별’ 공정 등을 차례로 거쳐야 판매 적정 수준의 리튬정광을 확보할 수 있다. 하루 최대 리튬원광 6000t을 가공해 정광 1000t을 생산할 수 있으며, 현재 가동률은 55% 정도다.
리튬은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소재다. 전기차 및 ESS 시장이 커짐에 따라 리튬 수요도 지난해 25만t 수준에서 2025년 71만t으로 약 3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 같은 수요에 맞물려 가격도 폭등하면서 국내외 업계에서는 원재료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필간구라 광산 개발권 획득으로 세계 경쟁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는 지분 투자 외에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필바라와 합작기업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합작 시 포스코가 지분 70%와 운영권을, 필바라가 지분 30%를 갖으며, 광양 율촌산업 단지 내에 2020년 연산 3만t 이상 규모의 탄산·수산화리튬 생산공장 준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켄 브린스덴 필바라 미네랄스 사장은 합작 배경에 대해 “이유는 간다하다. 포스코의 리튬 가공 기술력은 뛰어나다”며 “동시에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연계가 잘 돼 있는 LG화학, 삼성SDI같은 선도적 배터리 업체들이 있는 한국시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중국 이외의 공급업체 다분화도 이유다”고 설명했다.
광석 리튬을 포함해 포스코는 지난 8월 아르헨티나 염호 광권을 확보해 2021년 가동을 목표로 염수(소금물) 리튬 생산 공장도 짓기로 했다. 포스코는 2021년에 연간 5만5000t의 리튬 상업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리튬 5만5000톤은 전기차 약 110~120만대분의 베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성원 포스코 신사업실 부장은 “안정적인 원료 공급선이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세계 1위 칠레의 리튬 생산기업 SQM의 현재 생산량이 연 4만4000톤인 만큼 계획대로 리튬 상업화가 진행되면 2021년 글로벌 상위 5위 안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상황에 따라 리튬을 생산하는 염호나 리튬 광산의 지분 투자도 추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