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국감]농산물 판매 절반 책임지겠다더니…농협에 쏟아진 질타

김형욱 기자I 2018.10.16 16:48:38

지난해 책임판매비중 25% 그쳐…각종 사업서도 국산·지역 농산물 ‘소외’
김병원 회장 “자체 상품 최대한 국내산 원료 교체…쌀 초코파이도 개발”
농협경제지주 “5개 유통 자회사 내년 안에 통합…효율성 끌어올릴 것”

김병원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들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농협이 주인 격인 농업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신 자기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직원에 대한 과도한 혜택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6일 국회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특히 농협 조직이 약속한 만큼 국산 농산물을 잘 팔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협중앙회가 지난 2012년 경제·금융지주를 분리하는 조직개편과 함께 2020년까지 조합 출하물량 50% 이상을 책임지고 판매하는 ‘판매농협’을 표방했으나 지난해 책임판매 비중은 25%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품목별로 원예는 39%를 목표로 했으나 19.2%에 그치고 있고 축산 역시 64%를 목표로 했으나 29.5%에 머물렀다. 양곡은 59% 목표에 37.2%를 달성하며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농협이 농가소득 증대를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이 1994년 이후 10년째 1000만~1100만원대로 정체된 것도 현재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평균 농가소득은 3722만원으로 2.8% 늘었으나 이중 농업소득은 1005만원으로 2015년(1126만원)에서 오히려 100만원 이상 낮아졌다. 손금주 의원(무소속) 역시 “농협은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이대로면 어렵지 않나”고 반문했다.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이사는 “양곡 책임판매 목표는 달성 가능하지만 나머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올해부터 정부와 국산 농산물 제값받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석 농협경제지주대표이사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협이 추진하는 각종 농식품 사업에서 국산 농산물 비중이 너무 작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대수 의원(자유한국당)은 그래놀라 같은 농협중앙회 자체 브랜드 상품 292개 중 45.5%인 133개는 주재료가 수입산이고 이중 85개는 아예 100% 수입산이라는 점을 문제삼았다. 농협이 오리온과 손잡고 히트한 ‘그래놀라’의 국산비율도 약 30%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앞으로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최대한 바꾸고 불가피할 때만 수입산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모델로 꼽히는 그래놀라에 대해서도 “농협은 자본만 투자하고 오리온에 마케팅과 생산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면서 “국산 원료 확대를 부탁하고 있으며 오리온도 쌀 초코파이를 개발하는 등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김현권 의원(더민주)은 지역 농협이 군부대에 농산물을 납품하면서 지역 농가를 빼고 도매시장에서 값싼 농산물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실태 조사 결과 경기 북부 8개 지역농협은 지난해 463억원 규모 농산물을 군부대에 납품하면서 이중 130억원(28.1%)만 지역에서 샀다. ‘단지장’이라 불리는 중간 유통업체가 끼어 현지 농가는 사실상 참여할 수 없는 구조란 지적이다.

이만희 의원(자유한국당)은 농협의 소매유통 경쟁력 강화를 위해 5개 농협하나로유통 등 경영이 부실한 5개 유통 자회사의 통합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석 대표는 “5개 노조와 협의하는 중”이라며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라는 생각으로 내년까진 단일 회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밖에 윤준호 의원(더민주)은 농협경제지주 자회사 농협목우촌의 경영 부진을, 김태흠 의원(자한당)은 전국 57개 NH농협은행 점포가 같은 지역 단위농협과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하며 경영악화를 자초하고 있다며 중앙회 차원에서의 해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협이 이처럼 부실한 가운데서도 직원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운천 의원(바른미래당)은 농협이 지난 2008년부터 임직원에게 대출이자를 페이백해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0.1~2% 수준의 주택구매자금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농가 소득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범 농협 내 연봉 1억원 이상 직원이 3878명으로 4년 새 두 배 늘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농민은 숫자도 급감하고 소득이 정체되는 농협은 농협만을 위한 조직이 되고 있다”며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강력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업협동조합(농협)은 국내 농업인 대부분(조합원 222만여명)이 가입한 농촌 최대 조직이다.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16개 지역본부와 상호금융, 1100여개 지역·품목별 농·축협이 있다. 2012년 중앙회에서 분리한 농협금융지주(NH농협은행 등)와 농협경제지주(농업경제·축산경제)도 범 농협으로 분류된다.

농협은 정부기관이 아니지만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르는 범정부 성격의 특수 단체인 만큼 매년 국감을 받고 있다.

김병원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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