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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한진그룹 전·현직 직원들이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며 경영 일선에서의 퇴진을 요구했다.
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제1차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렸다. 집회의 사회를 맡은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은 “2014년 땅콩회황 사건이후 마음에 커다란 짐이 생겨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을 유니폼 속에서 항상 가지고 다닌다”며 “이것의 의미는 저도 한 가족의 일원이고 사랑받고 존중받는 존재라는 것을 각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실 그렇지 않아서 안타깝다”며 “조양호 총수 일가의 퇴진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7년전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다가 해고당했다고 밝힌 전직 대한한공 직원은 “당시 노조를 만들어 조양호 총수 일가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면 최근의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 그때 제대로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집회를 계기로 대한항공을 새롭게 바꿀 수 있겠다는 희망찬 마음 가지게 됐다”며 “조양호 일가는 빨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회를 주최하는 익명의 대한항공 직원은 지난 2일 종로경찰서에 집회 참가 인원을 100명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이날 500 여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대한한공·한진그룹 전·현직 직원을 비롯해 최근 조 회장 총수 일가의 갑질 등에 분노한 일반 시민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행사 참가자들은 각종 가면과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신분 노출을 최소화하며 대한항공 유니폼이나 검은색 계열 복장을 착용했다. 이들이 주로 쓴 가면은 저항의 상징으로 불리는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이었다. 포크스는 가톨릭 탄압에 항의해 1605년 영국 의회를 폭발시키려다 발각된 인물로 저항의 상징이 됐다.
이들은 꺼지지 않는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이나 손전등을 들고 ‘갑질세트 조현아 조현민 추방하라’·‘갑질폭행 이명희를 구속하라 ’·‘갑질원조 조양호는 퇴진하라’ 등의 다양한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집회 비용 마련을 위한 온라인 모금을 이날 오전부터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약 2500만원이 모였다. 다음 집회부터는 더 많은 시민과 함께하기 위해 ‘땅콩 빨리 까기’ 같은 각종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