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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등록될 권리`는 기본권…대법, `사랑이법` 외연 확장

남궁민관 기자I 2020.06.09 18:17:02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 최초 인정
"기본권 보장 전제가 되는 기본권, 법률로써 침해 못 해"
미혼부, 혼인 외 자녀 출생신고 수월해져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갓 태어난 아동의 `출생 등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5년 5월 미혼부도 혼자 자녀 출생 신고를 가능하게 하는 `사랑이법`이 도입됐지만, 적용 조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모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보편적인 방법으로 출생 등록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씨가 딸의 출생 신고를 허가해 달라며 가정법원을 상대로 낸 출생신고 확인 신청 재항고심에서 출생 등록 거부 결정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2013년 6월 귀화 허가를 받은 A씨는 중국 국적의 여성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2018년 9월 딸을 낳았다. A씨는 딸의 출생 신고를 하기 위해 아내와 혼인 신고를 하려 했지만, 아내의 여권 갱신이 불허된 상태여서 불가능했다. A씨의 아내는 일본 정부의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발급받은 여행 증명서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던 상태로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 받을 수 없었다.

결국 A씨는 미혼부 혼자라도 자녀의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사랑이법`에 따라 딸의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가정법원에 신청했다. 사랑이법 조항으로 불리는 가족관계등록법 57조 2항은 `엄마의 인적사항을 모르거나 자녀 출산 후 잠적해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 단독으로 자녀의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심은 출생 증명서에 아내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등이 적혀 있어 `사랑이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2심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사랑이법의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 신고를 국가가 받아주지 않는 것은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출생 등록될 권리`는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침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사례”라며 “미혼부도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보다 간소하게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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