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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현과 기후대학교가 공동으로 설립한 기후현 야생동물관리진흥센터 조사에 따르면, 이부키산 주변에는 2022년 6월 기준 1제곱킬로미터(㎢)당 32~61마리의 일본 사슴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정 서식 밀도인 3~5마리의 약 6~20배에 달한다. 주민들이 빼곡히 모여 있는 도시지역과 마찬가지로 사슴도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부키산은 600여종의 희귀 식물이 자생하는 지역이지만, 2010년대 이후 식물과 나무를 먹는 꽃사슴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이후에는 산 중턱과 정상의 초목이 줄어들며 산비탈이 노출됐다.
문제는 이부키산이 맨살을 드러내면서 땅에 비를 저장하는 보수력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사슴은 하루 평균 3~5킬로그램(kg)의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로, 산에 풀과 나무가 사라지면 토양이 노출되고,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한 채 그대로 흘러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자갈과 흙이 함께 휩쓸리며 토석류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부키산에 서식하는 사슴이 늘어난 배경에는 기후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농공대의 고이케 신스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4월 온난화와 인간 활동 변화가 일본사슴을 포함한 야생동물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논문은 영국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즈 지구와 환경’에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1978~2017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본사슴 등 6종의 야생동물은 고지대로 서식지를 2배 이상 확장했다.
고이케 교수는 “기후변화로 사슴이 겨울을 나기 쉬워지고, 적설량이 줄어들어 겨울철에도 식물이 눈에 덮이지 않아 먹이 접근성이 높아진 점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부키산 역시 환경 변화로 인해 사슴 개체 수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토사 원인의 주범인 일본사슴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멸종위기에 내몰린 경험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무분별한 남획으로 일본 내 개체 수가 1000마리 이하로 줄어들었다가, 정부가 암컷 사슴의 포획을 금지하는 등의 보호정책으로 1970년대 이후 개체 수는 다시 늘어났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개체 수 증가로 인한 농장물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일본 환경성과 농림수산성은 덫 설치와 포획 등으로 사슴 개체 수 조절에 나서고 있다.
고이케 교수는 “사슴의 개체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생존 영역을 구분하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