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처리, ‘시계제로’…최상목 “자동부의 폐지, 尹에 거부권 건의”(종합)

김미영 기자I 2024.11.28 16:25:59

국회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
예산안·세법개정안 자동부의 ‘폐지’ 골자
최상목 “수용 못해…지자체 등 예산집행 준비 차질”
尹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에도 시간 소요
내년 준예산 사태 가능성…“식물정부 전락 우려”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강신우 기자] 정부의 예산안 및 세법개정안을 본회의에 자동부의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윤석열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여야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재적 의원 272명 중 찬성 171명, 반대 101명으로 법안은 가결됐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가 예산 심의 기한인 매년 11월 30일까지 이듬해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부수법안(세법개정안)을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 기한인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토록 규정한다.

이날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은 이러한 ‘자동부의’를 삭제하고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회 의석 과반을 점유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내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은 처리 시한을 예측할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 예산 2조원 신규 반영과 사정기관의 특수활동비 삭감,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 등 내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야당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서 이뤄진 국회법 개정안 처리로 야당이 ‘입맛에 맞는’ 예산안 및 세법안을 얻어낼 때까지 시간끌기할 공산도 커졌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경제수장인 최상목 부총리는 즉각 반발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본회의 직후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이 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재의요구를 대통령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 법안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 기한(12월2일)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을 정당화해 위헌 소지가 크다”며 “예산안의 국회 의결이 지연되면 정부·지자체·정부보조기관은 예산집행 준비가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취약계층 일자리,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사업을 연초부터 집행하기 위해선 회계연도 개시 전인 12월에 예산을 미리 배정해야 한다”며 “예산안 늑장 의결이 반복되면 국가시스템에 대한 대내외의 신뢰 하락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정부의 건의를 수용해 거부권을 행사한다해도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표결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는 사이에 677조 4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처리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선 내년도 준(準)예산 편성 사태까지 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가뜩이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가운영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셈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안 처리가 지연돼 회계연도 개시일인 1월1일 전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전년도에 준해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국가가 정책을 적기에 집행하는 데 차질이 생기고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