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남들이 잘 삼지 않는 타깃(표적, 항암제가 목표로 하는 단백질)으로 혁신 신약(first-in-class)을 개발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이 될 것입니다.”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바이오케이원(BIO K ONE)’ 류병준(사진) 대표의 당찬 포부다. 혁신 신약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처럼 세상에 없던 물질에서 만들어낸 약을 말한다. 그만큼 개발은 어렵지만 성공했을 때의 파급력은 크다. 30일 성남 분당에 있는 바이오케이원 사무실에서 류 대표를 만났다.
류 대표는 울산대 생명과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원과 바이오벤처 와이디생명과학 연구개발본부 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바이오케이원에 합류했다. 그는 “좀더 역동적으로 신약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회사를 맡게 됐다”며 “신약이라는 산업 자체가 리스크를 필연적으로 안을 수밖에 없지만 리스크만 생각하면 어떤 약도 개발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바이오케이원은 개발중심 바이오 벤처(NRDO)다. 신약개발에서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는 대신 외부에서 도입해 상용화 연구에 집중하는 형태다. 때문에 회사 경쟁력도 일단 도입하는 후보물질의 차별성에 나온다.
그는 “암 성장에 중요한 효소(TRIB2)를 억제하는 선도물질을 확보해 폐암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 효소는 이제까지 표적항암제가 목표로 삼았던 효소가 아니기에 혁신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신약이 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크게 유효물질(hit), 선도물질(lead)단계를 거쳐 후보물질(candidate)로 확정된다. 각 단계는 약의 효능은 높이면서 안정성은 큰 물질로 점차 다듬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된다. TRIB2 효소는 원래 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데 관여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양이 많아지면 암을 만들거나 암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네이처지에는 TRIB2가 중요한 항암 표적이라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현재 주요 항암제인 머크의 ‘키트루다’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각각 ‘PD-1, PD-L1’(면역세포 공격을 피하는 역할을 하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와 EGFR(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물질)를 표적으로 삼는 것과 다르다.
바이오케이원은 이 선도물질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도입했다. 류 대표는 “시험관내 시험(In vitro)에서 우수한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며 “현재 선도물질 단계로 최적화를 통해 후보물질을 만들고 있어 내년에는 전임상에 착수해 내년 하반기에 기술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눈에 띄는 점은 바이오케이원의 개발중인 ‘TRIB2 억제제’ 항암제가 2세대 표적항암제인 화학합성 신약이라 점이다.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 의약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고비용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합성신약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바이오케이원의 또다른 주요 신약 후보물질은 내쉬(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다. 내쉬는 현재 치료제가 없어 많은 국내외 많은 기업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류 대표는 “대부분의 치료제가 염증 억제나 간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기전을 목표로 개발 중이지만 우리 물질(MLK3)은 염증과 세포 사멸을 동시에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바이오케이원은 MLK3역시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도입해 현재 초기 선도물질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특히 바이오케이원의 NASH치료제 개발과제는 지난 4월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제로 선정돼 외부 평가를 통해 우수한 기술 가치를 인정받았다. 류 대표는 “빠르면 3년내, 현실적으로 5년 내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할 것”이라며 “와이디생명과학의 기술성평가 통과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