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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아시아에 이어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전체 판매실적을 떠받쳐온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감소가 명약관화해져서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 394만대(국내 생산 기준) 중 240만대(60.9%)를 해외시장에서 판매했다. 이중 미국이 88만대로 가장 판매가 많은 시장이었고, 유럽은 52만대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 두 시장은 전체 판매의 35.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특히 국내 자동차의 중국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지난해 미국과 유럽 판매로 그마다 감소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두 시장의 중요성은 그만큼 높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연간 판매량 442만6000대(국내외 생산기준) 중 88만1000대를 미국에서, 58만대를 유럽에서 판매했다. 판매 비중은 33.0%다. 기아자동차 역시 지난해 277만2000대 중 미국에서 61만3000대, 유럽에서 52만1000대로, 두 지역의 판매 비중이 40.9%에 달했다. 게다가 올 1~2월까지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경우 19만1275대를 판매하며 전년동기(16만9942대) 대비 12.6%가 성장하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었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한국지엠의 경우 북미권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지난해 전체 수출량 34만대 중 63.6%인 21만7000대를 북미 시장에서 판매했다. 이처럼 비중이 높은 미국과 유럽시장이 타격을 입을 경우 전체 생산량과 판매량이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기아차는 이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미국시장에서 4월말까지 신차를 구매하고 실직할 경우 최대 6개월간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번 프로모션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시행해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시행으로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속에서도 43만5000대를 판매하며 전년(40만1700대)보다 8.3% 판매량이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면서 자동차 판매를 촉진해 이번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판매감소와 다른 관점에서 미국과 유럽 현지 제조공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앨라배마와 유럽의 체코·러시아에, 기아차는 미국 조지아와 유럽 슬로바키아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 공장엔 영향이 없지만 향후 코로나19의 전파 여부에 따라 중국 공장처럼 생산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내 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을 포함한 전 사업장, 대리점, 생산공장 방역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며 “또 각 지역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권역별 책임 경영 체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당장 영향이 나타나진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심리 위축과 마케팅 제한으로 인해 판매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해 10년만에 연 생산 400만대가 무너졌는데 올해는 이 보다 더 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