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의 작심발언…北·中 동시 압박 나서

장영은 기자I 2017.03.17 22:05:51

한미 외교장관 회담…틸러슨 국무 강경한 대북 정책 시사
틸러슨 "모든 옵션 검토…핵포기 해야 北과 대화할 것"
''새로운 대북 접근법'' 언급…中 통한 압박·北자금줄 전방위 차단 방안 염두에 둔 듯
한미, 中 사드 보복조치에 유감 표시…공동 대응 위한 논의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을 처음 방문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외교 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작심한 듯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쏟아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고, 이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로 알려진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한중간의 최대 현안인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에도 직접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면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조치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공동취재단)
◇ “지금은 대화할 때 아냐”…틸러슨, 대북 강경정책 공언

이날 한국을 방문한 틸러슨 장관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내외신 공동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전략적 인내란 소극적 압박을 지속하면서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 이 전략은 오바마 정부 후반부에 가서는 미국 내부에서도 북한에 대한 무대응과 무시였을 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틸러슨 장관은 “한때 지역의 안보 위험이었던 북한은 이제는 인접 국가 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대해 지난 20년간 노력했지만 이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심각하게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우리는 우방국과 논의해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다”며 “북한은 안전하고 또 경제적으로 번영되는 미래를 갖기 위해서는 핵무기 탄도미사일 그리고 대랑 살상 무기 개발을 포기해야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외교적, 안보적, 경제적인 모든 형태의 조치를 모색할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만일 북한이 한국과 (주한)미군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 ‘새로운 대북 접근법’…결국 세컨더리 보이콧이 핵심

앞서 지난 16일 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언급한 ‘새로운 대북 접근법’에 대해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제제 동참을 포함해 더 강도 높은 대북 제재·압박 조치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틸러슨 장관은 “나는 우리가 유엔 안보리 제재 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취했다고 믿지 않는다”며 “모든 나라가 동참을 해야 되겠고, 또한 구체적인 제재 조치 바깥에 있는 그러한 것도 있다”며 현 안보리 제재에도 ‘구멍’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석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모든 나라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물론 지역 내 국가도 있지만, 북한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에도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 북한에 연료와 자금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1차적으로는 성실한 참여를 요청하겠지만 결국 압박 카드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꺼내 들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 외교장관회담에서 틸러슨 장관이 말했던 전체적인 방향은 중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대북 압박) 수단과 방법을 써야 하고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그 과정을 통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인지를 테스트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핵동결 논의나 이를 위한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일축한 점도 현 단계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 기조가 강경론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 틸러슨 방중 이어 미중 정상회담 예정…트럼프-시진핑 담판 지켜봐야

틸러슨 장관은 오는 18~19일 동북아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한국, 일본과의 ‘작전회의’를 마친 틸러슨 장관이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또 틸러슨 장관이 이번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이어진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사드 문제를 비중 있게 논의한 만큼, 이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측에 어떠한 압박을 가할 수 있을지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간 외교장관 회담은 일종의 시범경기이고 다음달 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본경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오늘 공동기자회견을 보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기조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런 강경한 정책은 협상을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접근법에 각론이 없는 점도 아직 이 정책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곧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강하게 밀어붙임으로써 미중간의 협상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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