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유흥업소는 영업금지 조치로 500일 가까운 시간동안 장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남아 있는 보증금도 없고 소상공인과 다르게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흥업주들은 길거리로 나와 “죽겠다”고 외쳤다. 이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차량시위를 계획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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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인근에서 성명문을 낭독하고 릴레이 발언을 진행하며 “집합금지 즉각해제”를 촉구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장기화되는 집합금지 명령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수도권 유흥주점 업주들이 참여했다.
유흥업주들은 다른 자영업자와 달리 영업 자체를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조차 힘든 상황이다. 업주와 직원들은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나이가 너무 많은 업주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울러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 발표가 2주마다 이뤄지는 탓에 업주들은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한다.
45년간 스탠드바를 운영한 이명구(70)씨는 수입이 전무한 상황에 생계가 어려워지자 이혼 위기에 처했다. 50대인 큰 아들이 자신에게 “왜 이렇게 엄마를 고생시키는 거냐”고 말하며 가정이 파괴되기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나이 먹어서 노가다(일용직)도 안 써준다. 그냥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다”며 소리쳤다.
영등포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최은정(51)씨는 차라리 한두달 간격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했다면 설거지 아르바이트라도 구했을 거라고 분노했다. 최씨는 “뻑하면 2주 연장, 또 2주 연장인데 가족들을 어떻게 먹여살리라는 건가”라며 “아프간 난민도 지원금을 주는데 유흥업소를 운영한다는 이유에서 우리는 그들보다도 못한 상황이다”고 외쳤다.
현장에 모인 수도권 유흥업주들은 불법영업으로 적발되는 유흥업소들이 위장영업을 하는 등 꼼수로 운영하고 있어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남구에서 7년간 유흥주점을 운영한 윤복수(67)씨는 “불법운영으로 적발되는 곳이 많은데 거긴 놔두고, 상관없는 선량한 유흥업소만 피해 보고 있다”며 “정부가 주는 지원금도 소상공인만 줘서 우린 융자도 안 된다. 1억 보증금도 다 까인 상황이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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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이날 차량시위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성명문을 낭독한 후 1000여대 차량이 마포대교-남대문-광화문-청와대로 이동하며 행렬을 이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위가 시작하기 전부터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집결한 차량을 가로막으면서 무산됐다. 경기와 인천에서 서울로 올라오려는 차량도 가로막혀 회원 모두가 참석하지 못했다.
시위에 참석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원들은 경찰을 향해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성명문 낭독 후 릴레이 하소연을 위해 발언자가 연단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경찰이 가로막자 “왜 막냐”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후 시위가 진행되는 내내 유흥주점 업주들과 경찰들의 대치상황이 이어졌다.
경찰의 계속되는 경고에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차량시위가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장은 “차가 가로막혀 회원들이 어딘가에 주차를 하고 이곳으로 오고 있지만 집행부는 시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정부의 태도가 없다면 앞으로도 2차, 3차 시위를 전국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시위 참여자들에게 “신고하지 않은 불법집회를 해산하라”는 경고 방송을 3차례 진행하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사실을 알렸다. 경찰 관계자는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도심권 침투를 시도할 경우 현장에서 차단하고 제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