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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CVC허용 문제가 ‘KT 특혜 논란’으로 불거진 인터넷전문은행 개정안처럼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병욱·이원욱·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관한 ‘CVC 활성화’ 토론회에서 이승규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 때문에 대기업 벤처투자가 막혔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밝혔다. 정부가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화 한 뒤 공정위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VC는 대규모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유망 벤처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보험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기 때문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 SK, 롯데 등은 지주회사내 CVC를 보유할 수 없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CVC를 허용해야 대기업의 자금이 스타트업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기업 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하지 못해 벤처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주장은 입증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과장은 “구글과 달리 애플과 페이스북은 CVC를 보유하지 않고 직접 벤처회사에 지분을 투자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CJ와 코오롱 롯데그룹도 이미 지주회사밖에서 CVC를 설립해 활발하게 벤처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 내 CVC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획기적으로 벤처투자가 늘어날지는 의문이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특히 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할 경우엔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CVC의 자금이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과도하게 유입돼 부당한 부의 이전 및 지배권 승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총수일가 사익편취는 지원한 상품·금융 거래에 대한 정상가격을 산정해 비계열사보다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지원하느냐를 따져야 하는데 불확실성이 큰 벤처투자에 대한 정상가격 산정 자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정위가 지주회사의 CVC설립을 받아들이려면 총수일가 사익편취 가능성을 차단할 통제장치를 마련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토론자로 참석한 강지원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목적 등으로 CVC자금이 흘러갈 경우 비계열사인 경쟁 벤처회사가 경쟁초기부터 불리한 출발선에 놓이면 혁신기업을 오히려 고사시키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면서도 “CVC의 자금조달 내역, 투자내역, 특수관계인과의 직접 거래 및 투자내역 등을 낱낱이 공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주회사 내 CVC허용과 관련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