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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지지율이 나온 이 위원장은 전국 각지를 누비면서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열세로 평가받는 황 대표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한 심경으로 종일 종로에만 올인(다걸기)하는 모습이다.
◇李, 박정희·DJ 거론하며 대권 행보성 발언
이 위원장은 13일 민주당의 사지인 TK(대구·경북)로 달려갔다.
그는 경북 포항시청 앞에서 진행한 오중기 포항북·허대만 포항남울릉 민주당 후보자 지원 유세를 통해 “제가 정치를 하는 그 순간까지, 정치를 그만두고 자유인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지역주의 완화를 포함한 국민 통합을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여러분에게 드린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박정희 대통령께서 나신 구미에 전남 도민의 숲을 만들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기념공원 부근에 경북도민의 숲을 만드는 사업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며 “지역의 장벽은 낮아지고 있고 더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충원 방문 때 참배를 건너뛰는 일도 비일비재한 민주당 지도부 입에서 고(故) 박정희 대통령 언급이 직접적으로 나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남에서만 내리 4선을 하고 전남지사를 지내는 등 호남이 정치적 기반인 이 위원장이 대권 행보를 고려해 내놓은 발언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 이후 서울·경기·인천·충청·강원·부산·경남 후보들을 지원하는 광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여권 내 세력 기반이 취약한 이 위원장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기회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내에서도 전략적인 차원에서 꼭 TK 지원을 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TK는 당대 당으로 선거 구도를 가져가는 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후보 개개인이 선방하는 게 낫지 거기 이 위원장이 간다고 표가 많이 되는 구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黃 “文정권, 계파·진영 나눠 국민 두 조각”
반대로 종로 생환에 향후 정치적 향방이 달려 있는 황 대표는 이날 새벽 6시부터 종로 17개 동에 대한 집중 차량 인사를 시작했다.
황 대표는 낙원상가 앞 유세에서는 “이 정권은 뭘 잘했다고 180석을 얘기하느냐”며 “저 황교안에게 견제할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의 분노가 보이질 않는 모양”이라며 “이 정권은 계파와 진영을 나누고 우리 국민을 두 조각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황 대표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4일에도 종로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대통령이냐”며 “종로에서 당선된 것처럼 여러 지역 지원유세를 가는 데 오만불손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단 하루도 종로에서 선거운동을 거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이날 저녁도 종로 거점유세와 창신동 골목시장 상가 방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자체 격전지 분류에서 종로를 제외한 상태로 전반적인 판세가 황 대표에게 열세라는 게 정치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황 대표 측은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왔던 민주당 소속 정세균 국무총리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종로에서 이겼던 20대 총선의 일발 역전이 재연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물론 황 대표가 종로에서 이기면 본인의 향후 행보에는 좋겠지만 진다고 꼭 재기를 못하는 건 아니다”며 “오히려 종로 자체 승리보다 중요한 게 전체 의석수에서 민주당과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야권에서는 아직 황 대표 이외에 별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