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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시점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단계적 조치의 결정적인 기준은 북한군이 참여한 우크라이나(내) 전투 개시”라고 말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한다면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무기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와 우방국 정보당국은 이미 실행된 북한군 파병 규모를 최소 1만 1000명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으면서 그중에 3000명 이상은 이미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 교전 지역 가까이 이동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외한 인도적 물자만 지원한다는 원칙을 견지했으나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현실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잠수함·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거나 현대전 전술을 익힌다면 한반도의 안보 위협도 가중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며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무기 지원을 넘어 특수부대 파병이라는 위험하고 전례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러·북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안보 협력을 논의할 특사를 한국에 파견할 예정인데 이번 주중 관련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가 도착하면 정보 공유와 함께 무기 지원 여부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무기 지원 수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사 무기 지원 얘기가 논의가 된다 해도 일차적으로는 방어 무기 지원을 얘기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엔 “침착한, 절제된, 원칙에 입각한 단계적 대응 방안을 말하고 있다“고 답했다. 무기를 지원하더라도 방어용 무기를 먼저 제공하되 북한군의 개입이 심화하면 공격용 무기 제공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방어용 무기는 주로 항공기나 드론·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호크’ 지대공미사일을 지원하는 걸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호크는 우리 군이 1960년대 미국에서 도입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로 국산 ‘천궁’ 미사일 도입에 따라 퇴역·불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한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지원을 검토 중이란 보도엔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우리에게 포탄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우리가 155mm포탄을 직접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라는 사실은 틀린 내용”이라고 했다.
◇북한군 우크라 진입 여부엔 보수적 관측
우리 군이나 정보요원도 우크라이나에 파견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다면 한국에도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전황 분석팀이라고 부르든 모니터링팀이라고 부르든 북한군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하고 분석할 수 있는 팀을 미리 만들어서 보낼 준비는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전황 분석팀에 심리전 요원을 포함할 가능성에도 “모니터링하는 내용이 단지 현지에서 일어나는 군사적인 문제에 그칠 것이냐, 아니면 북한군의 심리적인 동요, 그리고 이탈에 관한 문제까지도 우크라이나 정부와 함께 협의해서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북한군이 벌써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였으며 북한군 상당수가 전사했다고까지 주장하는 서방 언론·비정부기구(NGO)와 달리 우리 정부는 아직 상황을 보수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 NGO들이 여러가지 앞선 주장을 하고 있으나 확인 불가하다”며 “미국 정보당국, 우리 정보당국이 교차 확인한 실제적인, 현지에서의 객관적 상황에 따라 우리는 정책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