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위믹스…코인 공시 이대로 괜찮나

김국배 기자I 2022.01.12 18:21:28

하루새 천당과 지옥 오간 위믹스 투자자
"대량 매도 없었다" 해명
정부도 거래소도 나몰라라 하는 공시, 혼란 주범
"주요 정보 제때 전달될 길 없어"
위메이드 "공시 제도 준비할 것"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암호화폐(가상자산)위믹스의 투자자들이 하루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대량 매도했다는 소문이 발단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먹튀’ 표현까지 나오자, 위메이드는 “해외에서 분할 매도했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과 달리 제대로 된 공시 시스템이 부재하단 점이 암호화폐 시장에 혼란을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량 매도? 위메이드 “해외서 나눠서 처분”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아침 빗썸 기준 7400원 안팎까지 올랐던 위믹스 가격은 저녁 무렵 4700원선까지 30% 넘게 떨어졌다. 위메이드 주가까지 끌어내렸다. 이러자 암호화폐 커뮤니티 등에선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대량 매도했기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루 뒤 상황은 돌변했다. 위믹스가 업비트에 상장되면서 가격이 다시 치솟은 것. 업비트에서 5400원에 거래되기 시작한 위믹스는 한때 1만3490원까지 무려 150%가량 올랐다. 이날 오후 3시께 90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대규모 매도에 따른 하락을 우려해 투매에 나선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위메이드가 신뢰를 떨어트렸단 지적도 나왔지만, 위메이드 측은 “대량 매도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위믹스 생태계에 투자하려는 계획에 따라 외국에서 분할 매도를 할 뿐이라는 것이다. 백서를 통해 발행량의 74% 정도를 생태계 투자에 쓴다고도 이미 공개했다고도 했다. 위믹스 발행량은 약 10억 개로 이중 10% 가량이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매도 물량과 구체적인 시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매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처럼 하루에 5000만 개를 팔았다는 건 현재 유통량에선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정부도, 거래소도 공시 ‘나몰라라’

전문가들은 이번 혼란의 원인 중 하나로 두고 ‘공시 시스템 부재’를 꼽는다. 발행사의 암호화폐 매도 등 주식 시장으로 치면 주요 공시 사항이 될 법한 사안이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는 적시에 제공되지 않아 혼란을 키운다는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 공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발행사도 암호화폐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아예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는 기껏해야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특정금융정보법정도다.

위메이드처럼 코스닥 상장사여도 회계상 ‘무형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의 처분은 의무 공시 대상이 아니다. 사실상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암호화폐 디카르고가 유통량 변경 내용을 제때 공시하지 않으면서 유통량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디카르고 물량이 공지없이 발행된 후 특정 거래소에서 업비트로 대량 이동하는 일이 발생하자, 디카르고 개발팀이 차익을 실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다.

한국핀테크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는 “암화화폐 관련 공시 제도를 확립하고, 공시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 한다”며 “지금은 그런 게 없어 도덕적으로 질책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 측은 “방식이나 시기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암호화폐 공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주식시장에 공시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암호화폐는 정식 가산이 아니라 의무 공시 대상은 아니겠지만, 이 정도라면 경영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포괄 규정을 적용하면 공시했어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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