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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삼성증권 팀장 한모씨는 이날 네 번째 증인 출석을 했다. 한씨는 삼성증권 재직 당시 프로젝트G로 불리는 문건을 작성한 인물이다. 검찰은 프로젝트G가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 주도로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프로젝트G는 고(故) 이건희 회장 일가 지배력보다는 삼성 그룹 지분과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자, 한씨는 “그룹 전체 지분율을 기준으로 검토한 게 주된 내용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이 부회장 지분을 늘리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 검토한 것 같지 않다”라고 묻자 한씨는 “그렇지 않다”고 증언했다.
이날 공판에선 한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뒤 검찰과 변호인 측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공방은 검찰이 한씨에게 삼성 관계자들이 접촉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검찰은 “증인은 삼성그룹에 근무했고 현재도 삼성과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다”며 “증인에게 접촉하거나 연락하지 않도록 해주시는 것이 공정하고 원활한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해당 검사가 두 달 전 인사에서 퇴임했는데 김앤장에서 영입했다고 오늘 들었다”며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기소한 검사팀 일원이 변호인의 법률사무소에 들어가는 자체가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도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 1명을 김앤장이 스카우트하려다가 문제로 지적되자 취소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수사팀 관련자들이 특정 로펌에 관련된다는 자체가 저희로서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달라”며 “서로 오해 사는 일이 없도록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검사가 말한 내용을 처음 듣는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는 모르지만, 막연한 이야기를 기정사실처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마치 검찰이 알고 있는 수사 기밀을 변호인단이 의도적으로 알아내 변론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검사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공소사실 증명은 객관적 증거로 해야지 변호인 증인신문을 마치고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걸 자중해주면 한다”며 “수사 검사가 김앤장에 갔다는 것을 몰랐고 그렇다 해도 그게 증인신문과 무슨 상관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의 6차 공판은 17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9월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했다며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합병뿐 아니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세 조종 등 불법행위가 있었으며 이 부회장이 중요 단계마다 이를 보고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