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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쌍용차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24%(660원) 급락한 2770원에 장을 마쳤다. 거래소는 장 마감 직후 쌍용차 주식의 매매 거래 정지를 결정했다.
현행 규정상 증권시장 상장사가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의 회생 개시 결정일 전까지 주식 거래를 정지한다. 통상 법원은 회생 절차 신청서 접수 이후 한 달 안에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늦어도 내년 1월 중에는 주식 거래가 재개되는 셈이다.
그러나 쌍용차의 경우 기존 회생 절차가 아닌 법원이 2018년 신설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 제도는 회생 신청을 한 기업과 채권자가 자율적 구조조정 협의에 동의하면 법원이 최장 3개월간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보류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쌍용차 주주도 길게는 내년 3월 중순까지 석 달간 주식 거래가 정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 보류 기간은 강행 규정이 아닌 행정 편의상의 훈시 규정이어서 반드시 최장 3개월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채권자·채무자 간 합의를 마냥 기다려줄 수는 없으므로 적정 기간이 3개월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상장사가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 상장 폐지 후보인 관리 종목으로도 지정된다. 다만 쌍용차의 경우 이미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여서 지정 사유가 추가된 것일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회생 절차 신청에 따른 관리 종목 지정은 법원의 회생 절차가 최종 종료돼야 해제된다.
◇회생 절차 결정돼도 자본잠식 걸림돌
만약 쌍용차의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돼도 넘어야 할 고비가 또 있다. 쌍용차가 올해 말 기준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커서다. 완전 자본 잠식은 누적 적자로 인해 주주 몫의 자본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한계 기업이라는 뜻이다. 연말 기준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진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상장 폐지 대상이다.
쌍용차는 지난 9월 말 기준 회사의 자기자본이 980억원으로 자본금(7492억원)보다 적은 부분 자본 잠식 상태다. 올해 4분기(10~12월)에도 적자가 이어질 경우 완전 자본 잠식을 피하기 어렵다.
쌍용차의 올해 연간 사업 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3월 이 회사 주식이 상장 폐지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상장 폐지를 피할 목적으로 외부 회계법인에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1년간 상장 유지 기회를 얻는 감사 의견 거절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주주들에게 최악은 쌍용차의 회생 절차 개시 결정 후 회사의 청산 가치가 계속기업가치(존속 가치)보다 높게 나타나 법원이 회생 절차 폐지 결정 및 파산을 선고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정리 매매를 거쳐 상장 폐지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쌍용차가 채권자와 합의하거나 채권자와의 협상 기간 중 경영권 매각이 결정돼 회생 절차 신청을 취하하는 것이 주주들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다.
쌍용차 주식을 보유한 소액 주주는 지난 6월 말 기준 모두 4만5745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3798만3069주(지분율 25.34%)에 이른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개미 투자금 1052억원이 증발할 수 있는 셈이다. 쌍용차의 경우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없는 상태다.
쌍용차 주가는 올해 초 주당 2000원 안팎을 오가다 지난 9월 14일 5620원으로 연중 고점을 찍고 최근까지 3000~4000원 선에 머물렀다. 쌍용차의 주가순자산비율(PBR·회사의 시가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배수)은 올해 3월 말 1.01배에서 9월 말 6.19배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순자산 가치의 6배를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고점에 물린 개미가 많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