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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열린다. 법원은 통상 영장 청구 후 이틀 뒤에 심사를 진행해왔지만 이번 경우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사흘 뒤로 심문 날짜를 잡았다
애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연수원 26기의 오민석·권순호 등 부장판사 중 한 명이 사건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빗나갔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을 일반인 사건과 같은 취급하고 무작위 배당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은 건물 서관에 있는 4번 출입구와 연결돼 있다. 드나드는 곳은 1층과 2층에 두 곳이다. △법정까지 동선을 정리하기 쉽고 △경호에 적합한 점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은 2층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회장도 동일한 동선으로 움직였다. 321호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구속된 방이다. 옆방인 319호에서는 최순실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수감됐다.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 누구를 대동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을지도 관심이다. 직전에 새롭게 선임계를 내는 변호사가 있을 수 있다. 순수 변호사보다 전관 변호사가, 검사 출신보다 판사 출신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영장판사의 심리를 꿰뚫으려면 판사 출신이 적합하다. 검찰 조사 때 검사 출신의 유영하·정장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은 것과 비슷하다. 이동흡 변호사(전 헌법재판관)와 정기승 변호사(전 대법관) 등 탄핵심판 대리인단 소속 거물급 변호사가 선임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있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결과는 날을 넘겨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반 사건 당사자도 사활을 거는 장소가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는 법정이기 때문이다. 사안이 무거울수록 항변에 소요하는 시간도 길어지기 마련이다. 가까운 예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1차 때 심문에 3시간50분, 기각까지 18시간30분 정도 걸렸다. 2차 때는 심문에 7시간 반가량, 영장 발부까지 약 19시간 걸렸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공범이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심사가 오래 걸리고 그만큼 결론도 늦게 나올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어떻게 방어할지도 관심이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판사가 당사자에게 묻고 답을 듣는 신문(訊問)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의 말을 듣는 심문(審問) 절차이기 때문이다. 변호인과 검사는 구속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정도이고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지 못한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일반 재판과 달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여지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피의자가 반드시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심문 없이 서류만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진경준 전 검사장, 홍만표 변호사 등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스스로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