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SBS에 따르면 조선과 7년 넘게 알고 지낸 A씨는 범행 사흘 전 갑자기 연락해 온 그를 만났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만나서 얘기 좀 하고 싶은 게 있다”던 조선은 A씨에게 “누구 죽여버리고 싶다”, “교도소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고.
조선은 한 달 전에도 A씨에게 “법 없었으면 사람 많이 죽였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설마 뭔 일 있겠어’(라고 생각)하다가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데 친한 사람이 그런 말을 계속한다면 주의 깊게 들어서 제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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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묻지마 살인’은 지난달 2일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30대 남성이 20대 여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다.
경찰은 조선이 ‘병원 강제입원’, ‘정신병원 탈출’, ‘정신병원 입원비용’ 등을 검색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선은 경찰 조사에서 우울 증상이 있다고 말했으나 지난 10년간 의료기록 조회 결과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시절부터 폭행 등 혐의로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이 있으며 폭행 등 전과 3범인 조 씨가 감형을 위해 심신미약 주장 계획까지 미리 세웠다는 의심이 드는 정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형사사법제도에 커다란 숙제를 던진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난 24일 연합뉴스TV에서 “가장 눈여겨봤던 건 (조선이) 체포되기 직전 영상이다. 자기가 목표한 바를 다 이루고 난 다음 계단에 앉아서 숨을 돌리는 장면이 있다. 보통 아무리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도 일반적인 범죄자는 체포되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한다. (그런데 조선의) 모습은 기본적으로 사법제도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도 없다는 사실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태도로 보인다”며 “도대체 이 사람에게 어떤 정도의 처벌을 줘야 ‘다음에 이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일종의 제지력을 발휘하게 만들 것이냐, 현재 형벌제도가 적합하냐 다시 짚어보게 하는 장면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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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어린 시절 상습적으로 비행을 저지르는데 갱생을 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노력을 했었느냐가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게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학교 폭력도 많이 일어나는데, 가장 중요한 대책이 학교에서 내쫓는 거다. 그러면 정학을 하거나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이 4~5년 뒤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고 사회화도 되지 않은 채 결국 사회를 향한 복수극을 벌이는 사람이 앞으로 또 나오지 않으란 법이 없다”며 “소년사법제도가 실효성을 갖출 수 있도록 이번에 근본적인 제고를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에 대해선 치료적 개입을 조기에 해야 한다. 외국처럼 처분의 내용이 치료 명령이 된다거나 경우에 따라선 소년이 갈 수 있는 치료감호소를 지어서 어려서부터 문제의 행동을 교정하려는 효과적인 노력을 해야 이러한 문제가 또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말했다.
아울러 “고위험군 출소자에 대한 관리, 감독이 중요하다. (조선은) 성인이 되고 나서 전과가 3번인데, 소년 전과까지 들여다봤어야 한다. 그러면 전자 감독 등 보안 처분을 할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은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냈다. 피해자는 모두 조선과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조선의 이름과 나이·얼굴을 공개했다.
경찰은 구속 시한 만료에 따라 조선을 28일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