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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출고난 반사이익은 옛말"…중고차, '카플레이션'에 판매량 '뚝'

송승현 기자I 2022.03.29 16:49:08

1~2월 중고차 판매량 60만2577대…전년比 5.0%↓
신차 출고 지연에 판매량 급증했던 지난해와 반대 양상
"1년된 투싼, 신차보다 128만원 비싸"…1분기 판매량 10% 하락 전망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신차 출고난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호황을 누렸던 중고자동차 판매량이 심상찮다. 신차 출고 지연 현상은 여전하지만 중고차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차 출고 지연으로 중고차의 몸값이 더 비싸지는 카플레이션(자동차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용어) 현상이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월 중고차 판매량 전년대비 20% 감소 전망

29일 국토교통부 이전등록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중고차 거래량은 60만2577대(매입 이전등록과 기타 등록 제외)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다. 지난해 중고차 시장이 신차 출고 지연 현상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판매량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간 우리나라 중고차시장은 신차와 중고차 판매의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다. 신차 판매가 늘면 그만큼 기존 차량이 중고차 물량으로 시장에 풀리며 판매도 늘어나는 식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신차 판매량은 45만 460대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중고차 판매량도 68만 5723대로 7.8% 증가했다. 신차 판매량이 증가하면 중고차 판매량도 덩달아 증가하는 동조현상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완성차와 중고차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에는 이런 공식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신차시장은 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오랜만에 내수 판매가 늘어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실제 지난달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쌍용자동차(003620)·르노삼성자동차·한국지엠)의 내수 판매는 10만 327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이슈가 발생한 이후 내수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1년 만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공급난 이슈가 있지만 체감될 정도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며 “이달 내수 판매도 전월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고차 시장은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1~2월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판매가 감소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3월에는 체감될 정도로 중고차를 찾는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중고차업계에서는 이달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줄어든 20만대 수준에 머물러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전년과 비교해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고차시장은 완성차업계의 진입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있지만 신차 출고 지연이 해결되지 않으면 당분간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신차 출고 지연 장기화로 중고차 몸값 폭등

양 업계에서는 중고차의 과도한 카플레이션 현상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에도 신차 출고 지연으로 이른바 ‘신차급’ 중고차의 인기가 치솟았지만 신차 가격을 넘어서지는 않았고 그마저도 일부 모델에 한정됐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기준 기아 스포티지 5세대 하이브리드 노블레스 그래비티 트림(535km 주행)의 가격은 3490만원으로 신차 가격(3511만원)과 2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에 신차가 출고되길 기다리기 보다 신차급 중고차를 사려는 수요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양 업계의 설명이다. 신차 출고 지연이 장기화하면서 중고차가 귀해졌고, 이에 중고차 가격도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엔카닷컴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2021년식 현대차 투싼 인스퍼레이션 트림의 가격은 3283만원으로 신차(3155만원)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아울러 기아 4세대 카니발(9인승 시그니처)이 신차보다 110만원 비싼 4240만원에 거래됐고, 4세대 쏘렌토 시그니처 트림(디젤) 모델도 신차(3944만원)보다 높은 404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거래량은 줄고 있다. 출고 지연에 따른 대안으로 신차급 중고차를 눈여겨 보던 수요가 비싼 가격 탓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심리적 저항선에 봉착한 것이다.

또 다른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차량을 대체할 대중교통 등 대체제가 많은 만큼 차량 소유가 필수적이지 않은 특성이 있다”며 “초기에는 신차급 중고차에 수요가 쏠렸다면 중고차 값이 점점 비싸지자 해당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중고차 판매량도 줄어든 듯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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