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 12일 한반도가 흔들렸다.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지진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한반도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과 여진의 공포 탓에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흔들린 것은 한반도 만이 아니다. 보험업계에 대한 신뢰도 다시 한번 흔들렸다. 동부화재를 비롯한 일부 손해보험사가 지진 발생 이후 ‘지진보험(지진특약)’ 가입을 일시 중단한 것이 진앙지였다.
보험업계의 설명은 이렇다. 지진은 본진 이후 발생하는 여진까지 모두 하나의 재해로 분류하는데, 이미 지진이 발생한 후에 가입한다고 해도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여진에 대한 피해는 면책사유라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지금 보험을 판매해 봤자 민원이 급증할 소지가 있을 뿐 보험사나 가입자 모두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손보업계의 행태는 바로 도마 위에 올랐다. 보험사가 ‘위급할 때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 무자비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결국 이러한 지적이 계속되자 손보업계는 논란 하루 만에 지진보험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물론 보험업계의 입장도 이해못할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보험사에 비난의 화살이 꽂힌 건 그동안 보험사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금융권 민원 중 절반이 넘는 64%가 보험사에 제기된 민원이었고,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민원이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 보험금 지급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 이는 보험업계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매우 낮다는 방증이다. 지진보험 사고와 같은 일이 또 발생한다면 원칙에 맞는 행동을 한다 해도 보험업계는 또다시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지진보험으로 보험업계에 대한 신뢰는 또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진과 같은 대형 재해는 다른 방향에서 보면 보험사에게는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광고에서 처럼 진심으로 ‘어려울 때 힘이 돼주는 동반자’의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떨어진 신뢰를 다시 주워담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