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폭락장과 다르다?…5만달러선에서 버티는 비트코인

김정남 기자I 2021.03.04 15:51:19

제도권 금융 진입 기대감 커지는 비트코인
2017년 폭락장과 달리…가격 하방 경직성
겐슬러 "가상자산, 금융에 새 사고 가져와"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김보겸 기자] 이번에는 다를까. 가상자산 비트코인 가격이 2017년 폭락장과 다르게 5만달러 안팎 수준을 지켜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최대 취약점인 변동성이 축소되면 이번 기회에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3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4일 오후 2시 기준으로 4만929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24시간 내 기준으로 장중 5만2535달러까지 폭등했다. 지난 16일 처음 5만달러 벽을 뚫은 후 4만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했지만, 이내 다시 상승세를 탄 것이다.

비트코인은 2017년 말 폭락장의 아픔이 있다. 당시 2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올랐다가 갑자기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이전 강세장과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이 5만달러 안팎에서 지지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개인투자자들이 밀어올렸던 2017년과 달리 이번에는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가세한 게 첫 손에 꼽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굴지의 기관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밝힌 상태다. 2018년 폭락장 때보다 회복력이 크다는 점도 꼽힌다. 2017년 12월 2만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다음 달 1만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018년 12월에는 3000달러대로 폭락했다.

가상자산 추적기관 스택의 공동 설립자 매튜 딥은 “현재 비트코인은 전반적으로 강세장에 있다”며 “5만2100달러를 넘으면 기존 최고치인 5만8000달러대를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주목 받는 건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 가능성이다. 바이든 정부의 초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지명된 게리 겐슬러 덕이다. 비트코인 규제를 맡을 당국인 SEC인데, 겐슬러는 직전까지 MIT 경영대학원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가르친 ‘친(親) 비트코인’ 인사다. 그는 전날 인준청문회에서 “가상자산은 금융권에 새로운 사고를 가져 왔다”고 했다. SEC가 비트코인 규제를 본격화할 경우 제도권 진입을 인정하는 사실상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업체 아바랩스의 존 우 대표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건) 겐슬러의 긍정적인 발언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특유의 안전자산 특성 역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정해져 있는 만큼 금처럼 유한성을 갖고 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100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모건 크릭 디지털 에셋의 공동 설립자이자 파트너인 앤서니 폼플리아노는 CNBC에 이 같이 밝히며 “비트코인이 금 시장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시빅의 링햄 시빅 최고경영자(CEO)는 포브스에 “앞으로 1년간 비트코인이 10만~12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시장에 낙오 우려, 즉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확산하면 1년 안에 25만~40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풀백(후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단기 변동성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비트코인의 역사가 10년 남짓인 만큼 기존 금, 은 같은 안전자산처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등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회복하면서 증시가 떨어지면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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