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지금까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던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20여년간 LG화학의 배터리 연구개발(R&D)을 이끌어왔던 김명환 전지사업본부 최고구매책임자(CPO) 겸 배터리연구소장(사장)도 거론된다. 더불어 신설법인의 안정화 측면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대표직을 겸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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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LG화학에 따르면 오는 12월 1일 공식 출범하는 배터리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매출 30조원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아직 출범까지 약 3개월이란 시간이 남았지만 업계에선 벌써 신설법인의 초대 수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를 진두지휘하는 자리인만큼 그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신설법인의 초대 수장으로 유력하게 이름이 오르고 있는 인물은 현재 LG화학에서 전지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종현 사장이다. 1959년생인 김 사장은 1984년 LG생활건강 기획팀을 시작으로 LG그룹에 몸을 담았다. 김 사장이 LG화학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게 된 시점은 2009년부터다. 김 사장은 2009년 LG화학 소형전지사업부장(전무)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이끌어왔다. 이후 2013년 자동차전지사업부장(부사장), 2018년 전시사업본부장 등을 거쳤고 지난해엔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약 10년 이상을 LG화학 배터리 사업을 이끈 만큼 업계에서도 김 사장을 ‘배터리 전문가’로 지칭한다. 김 사장은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시절 아우디, 다임러그룹 등 유럽 및 중국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를 따내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여왔다. 배터리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를 이끄는 데 강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환 전지사업본부 최고구매책임자(CPO) 겸 배터리연구소장도 물망에 올라있다. 1957년생인 김 소장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LG화학의 배터리 R&D를 총괄해 왔던 인물이다. 국내 최초 리튬이온배터리 양산 등 성과도 남겼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초기부터 연구소장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신규소재 개발 등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전고체 및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소장의 역할은 더 부각될 수 밖에 없다. 다만 엔지니어적인 역할이 더 큰 만큼 기업 전반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올라가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상징성은 있겠지만 R&D 등 연구 계통에서 오래했던 인물이 CEO로 가는 경우는 다른 기업 사례를 봐도 희박하다”며 “현재로선 해당 사업을 총괄했던 전지사업본부장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장이 아닌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의 겸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분사를 전면에서 이끈 신 부회장인데다 글로벌 업체인 3M 출신인 만큼 글로벌 기반을 확대하고 신설법인 초기에 안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권영수 LG 부회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권 부회장은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에 크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설법인 초대 대표에 대한 언급을 하기엔 이른 시기”라면서도 “권 부회장은 올해부터 LG화학 이사회 의장까지 맡은 만큼 배터리 신설법인 출범 후 그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