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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앨리스 궈라는 이름으로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에서 시장으로 일했던 35세 중국인 여성 궈화핑(35)이 필리핀 수사당국의 추적 끝에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체포됐다.
궈씨는 중국인이면서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밤반시 시장으로 재임했다. 이후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결탁해 자금세탁과 밀입국 알선, 인신매매 등의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수사당국은 지난 3월 궈씨의 시장실 바로 뒤에 있는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쭌위안 테크놀로지’를 단속해 중국인 202명, 외국인 73명 등 감금된 채 범죄에 이용당하던 700여명을 구출했다. 해당 도박장은 ‘로맨스 스캠’ 등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일당들의 소굴이었으며, 조사 결과 도박장이 있는 약 7만 9000㎡ 부지 절반이 궈씨의 소유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었다.
궈씨는 중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와 함께 농장에서 자랐다고 주장했지만, 리사 혼티베로스 필리핀 상원의원이 필리핀 국가수사청(NBI)에 의뢰한 결과 궈씨의 지문은 2003년 1월 중국인 여권을 소지하고 특별투자거주비자로 필리핀에 입국한 궈화핑의 지문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궈씨가 앨리스 궈의 신분을 조작·도용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그의 시장직을 박탈하고 필리핀 신분인 앨리스 궈의 여권을 취소했다. 또 궈씨와 온라인 도박장 설립자 등 14명을 밀입국 알선·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7월 궈씨에 대한 체포 명령이 떨어지자 그는 자취를 감추고 배를 갈아타며 말레이시아로 밀항했고, 이후 싱가포르를 거쳐 인도네시아로 도피했다. 필리핀 수사당국은 4개국에 걸쳐 궈씨를 추적해 왔으며 끝내 체포에 성공했다. 체포 당시 궈씨는 분홍색 잠옷과 흰색 코트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궈씨의 범죄 행각은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대립하는 상황에 들통나 더욱 논란을 키웠다. 혼티베로스 의원은 궈씨가 범죄조직을 은폐한 중국인 스파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