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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반도체 대전’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24일 관보를 통해 △국내외 반도체 제조사 △설계업체와의 중간·최종 사용자 등 공급망 전반에 걸친 기업들에 연간 매출·주문 잔고·생산 증설 계획 등의 각종 정보를 요구했다. 대부분 ‘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설문 형식을 띄웠지만, 이미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강제로 내부정보를 수집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인 만큼 일개 기업으로선 ‘못 본 척’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정보를 활용해 중국 반도체 굴기를 누르고 노골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인텔 등 자국기업에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몰고 가지 않겠느냐”고 봤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지만, 초강대국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동맹’을 강조하며 ‘국가 대(對) 국가’로 직접 대응, 위기 극복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토지보상, 전력·용수 등 인프라 인허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재산세 감면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미 지자체의 일사천리 일 처리 방식은 남의 일일 뿐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 공장은 부지 선정 발표부터 공장 가동까지 단 23개월이 걸렸다. 31개월 만에 이제야 지장물 조사에 돌입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대비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급망 재건·제조업 부흥을 추진 중인 미 행정부는 520억달러(16조원) 규모의 인센티브 제공을 골자로 한 반도체법의 의회 통과를 추진 중이다.
이정배 반도체산업협회장 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정부를 향해 “우리도 조속한 법 제정과 실효성 있는 시행이 되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다. 조중휘 인천대학교 임베디드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 탓에 “우리 기업의 대규모 인수합병(M&A) 시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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