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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5거래일새 27.70원 급락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5.10원 내린 1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소폭 반등에서 다시 하락 흐름으로 전환한 원·달러 환율은 최근 5거래일 사이 27.70원이 급락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8년 12월 4일(1105.30원) 이후 1년 11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달러 약세에 대한 기대가 강화된 상황에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견고한 국내 경제 회복세가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1~10일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0.1% 증가한 140억71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2.1% 늘어난 18억8000달러를 나타냈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날 8377억원을 포함해 최근 5거래일 연속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3조200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고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미 대선 전에는 자본의 유입 없이 원화 강세에 대한 베팅만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면 대선 이후 자본 유입까지 동반되면서 하락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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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파른 환율 하락세가 이제 막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수출 기업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8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수출이 0.51%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통상 수출기업에 부담이 되는 원·달러 환율은 대기업의 경우 1000원, 중소기업의 경우 1100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환헤지 등 환율 변동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가파른 환율 하락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한 반도체 설계자산 업체 관계자는 “매출의 90% 이상이 달러 매출이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매출이 그대로 감소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장비 수출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내려가면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같은 회사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환율 하락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재 흐름 자체가 환율 하락 기조로 가고 있어 걱정이 적지 않다”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환율 하락 대응법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수출 대금을 받는다든지 외부에서 환변동보험으로 환율을 고정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도 환율로 인한 수출 타격으로 경기 회복세에 제동을 걸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만큼 1100원대 아래까지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강한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여전히 대외 여건이 불확실한 속에서 이제 막 수출 물량이 회복되는 흐름이라 환율이 수출 향방에 주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을 낙관하고 있는 정부가 수출 타격으로 모멘텀이 꺾이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개입에 나서며 1100원대 아래로까지의 가파른 하락에는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구조의 고도화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환율보다는 글로벌 수요와 국제교역 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