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유광열 수석부원장과 권인원·원승연 부원장을 떠나보내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본원에서 부서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 사람의 퇴임식이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이전과 달리 조촐히 진행됐다.
윤 원장은 이 자리에서 “비록 몸은 금감원을 떠나지만 앞으로도 늘 한국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금감원과 함께 해달라”고 당부하며 일일이 꽃다발을 건넸다. 박수갈채 속에서 물러나는 세 사람은 남은 임직원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 위험관리자로서 금감원 역할을 놓질 않는 모습이었다. 권 부원장은 “요즘 저성장과 양극화가 심화한 데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국민도, 기업도, 금융회사도 다들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해야 할 일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감독해야 할 금융회사가 5000개가 넘고, 새로운 금융 상품과 거래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타나며 금융업무는 점점 복잡 다변화하는 등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잘 알다시피 금감원은 사람, 시간, 현장 정보가 부족해 혼자 하려다 보면 제재 중심, 사후약방문식 뒷북치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내부통제에 일차적인 책임지고 있는 금융회사가 역량을 키우고 스스로 개선토록 유도하는 체계, 역발상의 지혜가 꼭 필요하다”며 “물론 이런 문화가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처음에는 답답할 수 있겠지만 자식을 키우듯이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감독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금감원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으로 퇴임사를 전한 유광열 수석 부원장은 “금감원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소중한 경험을, 추억을 가지고 떠난다”고 짤막한 소회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원승연 부원장은 “개인적으로 보면 경제학과 금융을 공부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학문으로 그칠 게 아니라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해 항상 고민했다”며 “그런 점에서 2년7개월 동안 금감원 부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갈증을 많이 해소했고, 적어도 제가 공부한 원칙에 맞게 행동하려 했다”고 말했다.
원 부원장은 재직 기간 자본시장과 회계 부문에서 금감원이 나름대로 사회에, 국민의 복지와 경제에도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드러내며 “제가 사선으로 가지 않고 직진할 수 있었던 것은 금감원 직원의 열정과 노력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