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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는 봉?’..지상파 재송신 분쟁, 법정위원회 만들어야

김현아 기자I 2019.06.04 17:30:31

10년가까이 방치된 지상파 재송신 정책, 이제는 가다듬어야
IPTV 중심의 유료방송 시장 재편..정부 조정 능력 절실
지상파 재송신 분쟁에 시청자만 피해볼 수도(가격에 영향, 콘텐츠 시청 중단 등)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우리나라처럼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가 적은 나라에선 대부분의 국민은 유료방송(IPTV·케이블TV·위성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KBS1·KBS2·MBC·SBS·EBS)을 본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과 유료방송사들은 10년 넘게 지상파 재송신 대가를 두고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다. 광고수익 감소로 경영난에 처한 지상파와 케이블 가입자 이탈로 수익성이 악화한 케이블TV 간의 지상파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료방송으로 보는 지상파 방송 콘텐츠는 지상파의 저작물인 동시에 유료방송이 지상파 광고 수익에 기여하는 특성을 갖는다.

또, 모든 유료방송사가 의무적으로 재송신해야 하는 KBS1·EBS와 그런 의무가 없는 KBS2·MBC·SBS가 같은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의무재송신은 저작권제한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한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재송신 분쟁은 그간 제도권 밖에 있었지만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케이블TV 인수합병을 통해 IPTV를 제공하는 통신3사 중심으로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되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을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으로 나눠 규율하려는 시도가 국회에서 법안 발의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라면 방송의 공익성이 강조돼 의무재송신 채널(정부 지원을 통한 보상금 지급)이 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지 않다면 유료방송사와 협정 재송신을 통해 대가를 논의하는 구조에 가깝다.

4일 국회의원연구단체인 ‘언론공정성실현모임(대표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 연구책임위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주최한 ‘미디어 시장구조 변화에 따른 바람직한 지상파 방송 재송신 정책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발제자와 참석자들은 지상파 재송신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정위원회 필요성에 공감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재송신 분쟁의 대안들(출처: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
◇대가 산정 위한 법정위원회 만들자

발제자인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김현경 교수는 △(가칭)의무동시재송신 대가산정위원회’의 법정화와 △‘협정 재송신’ 제도 보완책 마련, 그리고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은 성격이 다른 (수신료 지원을 받는 공영방송 KBS가 운영하는)KBS2와 (법원이 공영방송으로 판단한)MBC, SBS를 법원이 동일하게 취급해 문제”라면서 “법정기구로 의무동시재송신 대가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특성에 따라 보상금 결정을 달리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상액 산정에 있어 방송프로그램 사용료와 상계돼야 하는 광고 재전송에 따른 수익, 수신료가 재원에 포함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보상비율의 차등, 유료방송의 시청률, 전송망 사용대가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경우 민영방송사인 SBS와 유료방송이 맺게 되는 협정 재송신에 있어서도 양측간 협상이 결렬된 경우 재정신청과 불복 시 소송이라는 절차를 제안했다.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지금처럼 재송신 분쟁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대가 산정의 문제는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정부가)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재송신 분쟁이 겉으로 보면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만큼 시청자의 유료방송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면 시청자는 일부 지상파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독과점 산업간 충돌, 정부 조정 필요..과기부는 신중

변상규 호서대 교수는 “(지상파와 통신3사 IPTV가 케이블TV를 인수하게 되는 유료방송이라는)독과점 산업끼리의 충돌이라 정부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방치하면 시장 실패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종윤 서울대 교수도 “통신3사만 시장에 남을 경우 협상력이 뒤 바뀔수 있다”며 “시장 논리에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법정위원회 설립에 힘을 보탰다.

다만, 유료방송 정책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창희 과기부 국장은 “의무 재송신 범위를 확대할 것인가는 소유구조와 재원구조를 감안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BC의 경우 소유구조는 ‘방송문화진흥회’를 매개로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공영방송에 가깝지만 재원구조는 KBS와 달리 수신료 지원없이 광고 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대가 산정은 해외의경우 의무재송신은 대가가 없고 그렇지 않으면 쌍방이 협상한다. 독일은 송출료와 수신료 개념으로 쌍방지급하나 일본은 난시청 지역을 감안하는 등 국가별로 다르다”면서 “법정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금액 산정까지 개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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