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는 끓는 냄비 속 개구리…국제기준 맞춰 '제도·관행' 바꿔야"

경계영 기자I 2017.11.21 19:56:23

한경연,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
98년 위기 극복해낸 이규성 전 장관 일침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우리 경제는 ICT 융합 그리고 4차 산업이라는 기술 변혁기에 대비하고,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신축성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구조적으로 해결할 큰 과제입니다.”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이듬해인 1998년, 가장 어려운 시기에 초대 경제팀을 이끌었던 이규성(78)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같이 조언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연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 프로그램인 ‘위기극복의 주역으로부터 듣는다’에서다.

80대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우리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그의 목소리엔 힘이 실려있었다. 그는 “지금 현실에서 우리의 경제주체는 그저 안전하게, 전례에 따라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생각하는 자세에 젖어있다”며 “관례에 따르기보단 교육 등을 창의적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결국 실천력”

이규성 전 장관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던 이유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너무 동떨어진 한국만의 경제 운영을 고집하고 이런 제도에 너무 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고도 성장의 신화에 사로잡혀 기업이 과다 부채, 과잉 중복투자 등을 일삼다보니 다른 나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는 표현을 쓰길 주저했다.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1998년 말, IMF에 빌렸던 돈을 갚은 것은 2000년이지만 국제 기준에 맞는 제도와 관행을 갖추려면 앞으로 4~5년 동안 힘들여 구조조정해도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제2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해 이 전 장관은 “거시경제를 운영할지에 따라 한국 경제가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될지, ‘냄비 밖 개구리’가 될지 달려있다”며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방성과 다양성이 확대됐지만 자기 이익만 좇고, 여러 대립과 투장의 갈등으로 간다면 문제”라며 “이젠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더 나은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사회와 회사가 잘 살면서 개인 사생활도 보장 받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관적 견해는 필요하지만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자기 만족은 금물이라고도 했다. 그는 “어느 나라든 문제가 있지만 이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자기 만족에 빠지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은 결국 실천력의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말만 무성했을 뿐, 실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기업 사기를 칭찬해야 한다”면서도 “기업가가 사회적 비용이 되지 않도록 이를 바로 잡아 기업가가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규성 전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에서 대담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현정택 “규제, 아예 없애야”

이날 대담에 함께한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외환위기에서 배워야 할 것으로 구조개혁, 그 가운데서도 규제 개혁을 꼽았다. 현 원장은 외환위기 당시 1998년 하반기부터 1년 새 규제 절반이 줄어든 데 주목하며 “항목을 하나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있던 규제를 아예 완전히 없애야 본질적으로 고쳐진다”고 일갈했다.

그는 “수출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돌리고 서비스 산업을 지식 서비스산업으로 전환하려는 획기적 조치가 없으면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전망이 어렵다”고 걱정했다. 해외 투자 3분의 1 수준인 국내 투자에 대해 “모두 일자리로 환산된다”며 “국내 기업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의 통상 압력과 관련해 현 원장은 “미국이 국제 무역 시스템을 선도해 우리나라가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지금 그렇지 못하다”며 “다른 나라와 연합해 글로벌 무역 체제를 지키고 일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부터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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