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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봤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준강간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17년 5월 5일 새벽 서울의 한 클럽에서 처음 만난 B씨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B씨를 승용차에 태워 경기도의 한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7월 MBC 보도를 통해 공개된 모텔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남성 4명이 탄 차량에서 남성 2명이 나와 B씨를 객실로 옮기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검찰은 ‘범죄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A씨를 불기소 처분했지만 B씨의 항고와 재정신청 후 준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배심원 7명 중 5명이 ‘A씨에게 죄가 없다’는 평결을 내려 무죄가 선고됐다.
2심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려는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A씨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일관되게 성관계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A씨와 함께 클럽에 갔던 이들도 두 사람이 스킨십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며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여길 만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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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항소심까지 계속해서 바뀌는 가해자의 진술을 보고도 ‘동의가 있었다’는 가해자의 말을 근거로 무죄로 판단한다면 성폭력 사건의 어떤 증거들이 유죄판단을 받을 수 있단 말이냐”며 “오늘의 무죄 확정 판결은 만취한 여성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유인·강간하는 행위도 용인하는 판단기준이 될 것이기에 절망스럽다”고 덧붙였다.
B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며 “인권감수성을 후퇴시킨 시대착오적 판결 사례로 박제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보통의 준강간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2020년 5월 대법원에 사건 접수된 뒤 장기 계류됐다가 약 3년 만에 판결이 나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