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연구회의 개편안 발표 한 달 전 사임한 것에 대해 “자신의 문제의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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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지난해 7월 정부가 출범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참여한 유일한 노동자 건강 보호 관련 전문가였다. 연구회는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됐는데,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김 교수를 제외하고는 전부 경제학, 경영학, 법학 교수들이었다.
앞서 고용부는 주52시간제를 유연화하기 위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 다양화하는 게 골자다. 개편안이 실현되면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11시간 연속휴식권을 보장하면 일주일 최대 69시간, 휴식권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최대 64시간을 근무할 수 있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지난해 12월 연구회가 발표한 권고문과 대동소이했다. 오히려 권고문에는 없던 11시간 연속휴식권을 보장하지 않는 주 최대 64시간 근무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과로를 조장한다며 거센 반대 여론이 일었다.
김 교수는 “근로시간으로 인한 주요 건강 영향은 ‘뇌심혈관계질환’이 대표적”이라며 1주 근로시간이 55시간을 넘는 경우 뇌졸중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업무상 사고 역시 장시간 노동에 의한 건강보호 조치에서 주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업무상 사고는 야간 노동을 하는 경우, 그리고 하루 노동시간이 길어서 피로가 누적되는 경우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현재 근로시간 개편안은 노동시간에 대한 안전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매우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며 “예외적으로 일부 업종, 직종 등에 적용해야 하는 제도”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의 정부안은 이를 5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노동시간의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논의 과정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는 “논의 과정에서 문제의식 다 전달되지 않은 걸 알았다”며 “다만 이런 우려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담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임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역량이 부족한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도 개선의 악영향에 대해 명확하게 대안을 낼 역량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대안을 제시하고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스스로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한편 고용부는 근로시간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유일한 보건 전문가가 반대 의견을 내다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데 대해 “건강권 보호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 권고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연구회 논의 당시 김 교수가 더 이상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사실을 사후적으로 확인했으나 직접적으로 전달받은 바는 없었다”며 “최종 권고문 논의 중 김 교수가 연구회 좌장에게 개인적으로 사의를 표명했고 이에 ‘소수의견 병기’ 등 논의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후 논의에 불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