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경찰청 신임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57) 변호사의 아들이 서울대에 합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서울대생 학우들도 대부분 정 변호사의 낙마에 대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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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재학생 천모(21)씨는 “처음엔 장제원 아들, 조국 딸 등 정치인 자제들처럼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은 달랐다”며 “학교폭력은 충분히 낙마를 거론할 만한 문제였다고 본다”고 했다. 신입생 윤모(19)씨는 “아들이 아빠의 위세나 권력을 이용할 생각을 한 것 같은데 낙마해야 한다”며 “부친 역시 (당시) 권력을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생회관에서 만난 최모(25)씨는 “정순신뿐 아니라 다른 인사를 거칠 때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데 사실 권력자 가족은 다 그렇지 않나”라며 반문했다. 이어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기득권을 쥔 가족들이 이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게 만든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정 변호사가 당시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직접 개입한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학식을 먹던 강모(27)씨는 “학교 폭력을 인정하지 않고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까지 나선 부분에 대해서 문제가 많다”며 “고등학생이면 재심을 청구할 때 당연히 보호자의 결정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학교 측 처분에 불복까지 할 정도로 불인하는 상황에서 국수본부장을 맡는 건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정모(24)씨 또한 “단순히 ‘아들이 학교 폭력을 했다’가 아니라, 아버지가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개입했던 상황”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정순신의 행보를 모를리가 없는데 이 사실을 인지한 채 굳이 그를 선임한 건 적절하지 않은 인사”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엔 지난 25일 “왠지 내가 다 억울하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익명의 작성자는 “피해자는 좋은 성적이었는데 이후 학사경고 받고, 가해자 이름만 들어도 덜덜 떨고, 자살시도를 두 번씩이나 했는데 가해자는 유복한 집안에 명문대 다니며 살고 있다”며 “진짜 내가 이렇게 억울한데 피해자는 무슨 심정일까”라고 밝혔다.
앞서 정 변호사는 지난 24일 국수본부장에 임명됐지만 곧장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사퇴했다. 그를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임명을 취소했지만, 인사 검증 절차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