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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피아노는 첫사랑..지금도 똑같이 사랑해"

윤종성 기자I 2021.04.22 18:36:26

정명훈, 7년 만에 피아노 리사이틀
"지휘로 표현 못한 이야기 하고파"
상임 지휘자 의향 묻자 "관심 없어"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피아니스트로 활동을 안 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건 내 첫사랑이 피아노라는 사실, 그리고 지금도 그 때와 똑같이 (피아노를) 사랑한다는 거예요.”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앨범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후기 피아노 작품집’ 발매 및 공연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7년 만에 피아노 리사이틀 투어를 진행하는 정명훈(68)은 22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랑하는 두 가지 중 하나가 어릴 적 ‘초콜릿’에서 지금은 ‘가족’으로 바뀌었지만, 나머지 한 가지는 언제나 ‘피아노’였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정명훈은 1974년 한국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피아니스트가 아닌 지휘 무대에 집중하며 지휘자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일부 초청 독주회를 제외하고는 피아니스트로 온전히 무대에 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정명훈은 201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이후 40년이 지나서야 피아니스트로 한국에서 첫 리사이틀 투어를 가졌으며, 7년 만에 두 번째 리사이틀 투어에 나선다.

정명훈은 “이번 리사이틀은 피아니스트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면서 “음악을 처음 사랑하게 만들고, 아직도 깊이 사랑하는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지휘로는 표현 못한 마음 속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젊었을 때에는 손가락이 잘 돌아갔는데, 지금은 원하는 대로 잘 안 된다”며 크게 웃은 그는 “하지만 옛날에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이고, 느끼지 못했던 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명훈은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하는 두 번째 피아노 앨범 수록곡으로 이번 리사이틀의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60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브람스 세 개의 간주곡 Op. 117, 그리고 리사이틀을 위해 특별히 선곡한 브람스 네 개의 피아노소품 Op.119을 연주한다. 정명훈은 “모두 작곡가들이 마지막으로 만든 곡들인데, 작고 조용한 느낌을 준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빠르고 신나는 곡보다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곡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고 부연했다.

정명훈은 현재 공석인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날 “관심 없다”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정명훈은 “책임을 맡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오케스트라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시킬 자신이 있는 사람이 자리를 맡아야 하는데, 나에겐 이제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고 했다.

정명훈은 2013년 첫 피아노 앨범은 소품 위주의 ‘손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콘셉트였다면, 이번 두번째 앨범은 “음악을 통해 삶의 여러 단면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내 앨범은 작업이 끝나면 듣지 않는다”고 답했다. 세 번째 앨범에 대해선 “아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 있는데, 슈만의 판타지”라고 귀띔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하던 ‘거장’이 “창피한데…”, “말해도 되나?”라며 유일하게 머뭇거린 순간이었다.

한편 정명훈의 서울 공연은 오는 28일과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대구(23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군포(24일 군포문화예술회관), 광주(25일,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수원(27일, 경기아트센터)에서 투어를 진행한다. 티켓 가격은 4만~1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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