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 보존 논란 ‘을지면옥’, 결국 철거된다

정두리 기자I 2020.03.04 15:29:39

청계천변 주상복합단지에 입점 우선권 요구
사업시행자와 보상금 문제는 여전히 오리무중
을지면옥, 3.3㎡ 당 평균 2억원 주장 알려져

을지면옥.(사진=온라인커뮤니티)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지난해 ‘노포(老鋪) 보존’ 논란이 불거졌던 서울 세운상가 일대 ‘을지면옥’ 건물이 결국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서울시가 노포 보존책을 찾겠다며 재개발 사업을 중지한지 1년 2개월 여 만이다. 을지면옥 측은 기존 건물의 철거에 응하는 대신 청계천변 인근에 들어서게 되는 주상복합단지에 새 점포를 입점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서울시 및 정비업계에 따르면 세운3-2구역 내 을지면옥은 올 하반기 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을지면옥은 1985년부터 이 곳에서 영업을 해왔다. 햇수로 36년째다. 을지면옥 등이 포함된 이 구역은 앞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이후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보상협의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1월 ‘노포 보존’ 논란이 불거지며 재개발 사업이 전면 중지된 바 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을지면옥 강제철거 금지’를 원칙으로 소유자 및 사업시행자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서로 의견이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철거에 이른 것이다. 당초 지난해만 해도 서울시는 을지면옥을 ‘생활유산’으로 보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가게 운영자이면서 건물주인 을지면옥 측에서 원형 보전을 반대하고, 신축건물 입점을 원하고 있어 이를 수렴하기로 했다”며 “다만 철거가 될 경우 기존 을지면옥 터를 알릴 수 있는 조형물을 세우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면옥은 철거에 응하는 대신 청계천변 인근에 들어서게 되는 주상복합단지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입점 우선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은 재개발 착공에 들어간 3-1구역, 3-4·5구역 등에 해당한다. 현재 토목공사가 진행중으로, 오는 4월 경 분양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세입자 이주공간은 서울시가 책임져야 한다는 법적 의무는 없으나, 시는 을지면옥이 원할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가급적 협력하겠다는 기조다. 서울시 관계자는 “을지면옥 소유주 본인 건물에 입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이주상가를 만드는 데 일부공간을 활용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토지보상금을 놓고 을지면옥과 사업시행자간 갈등은 여전하다. 정비업계에서는 을지면옥의 토지 보상가를 3.3㎡ 당 평균 5000만원 선으로 내다봤으나, 을지면옥 측은 이에 4배에 달하는 3.3㎡ 당 평균 2억원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포 보존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토지보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 지연을 우려한 해당 구역내 다른 토지주들은 ‘을지면옥 토지’ 강제 매입절차에 나선 상태다. 현행법상 공공 사업을 위해 필요한 토지와 건물은 소유자에게서 강제 수용할 수 있다.

앞으로 을지면옥의 토지보상금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한 감정평가에 따라 산정된다. 이 과정에서 소유자와 사업시행자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종결정은 법원의 매입가 결정 판결 형식이 된다. 즉 법원의 매입가 결정 절차를 통해 강제 매입이 이뤄지는 셈이다.

사업시행자 관계자는 “토지수용위원회의 감정평가를 토대로 보전방안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을지면옥 관계자는 “우리도 이주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법원의 강제매입을 거론하며 시행사가 압박을 하고 있다”면서 “아직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세운지구 사업추진 현황도. (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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